리우 올림픽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무대의 주인공이 돼야 할 전세계 스포츠계가 도핑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육상 중장거리 최강국 케냐와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들 국가에 대해 올림픽 출전 불허는 물론, 금지약물의 힘을 빌린 기존 기록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은 부정한 방법으로 메달을 훔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계 역시 마찬가지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가 자신의 이름을 ‘한국에서 달리고 싶다’는 의미로 ‘주한’(走韓)으로 짓는 등 올림픽 태극마크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으나 도핑 전력이 도마에 올라 귀화가 좌절됐다. 여기에 수영스타 박태환도 약물복용으로 징계를 받아 리우행이 무산됐다. 세계반도핑기구는 금지약물이 검출되면 무조건 선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무관용 원칙’이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채취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에 대한 징계는 지난 3월 2일로 끝났지만 대한체육회는 ‘징계 만료 후에도 3년간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그의 리우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중처벌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지만 도핑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우선이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사무실 현판. 연합뉴스

최근에는 프로 스포츠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프로선수를 대상으로 도핑테스트에 착수했다. 대상자는 축구, 야구, 골프, 배구, 농구 5대 메이저 종목 선수 전원이다. 도핑테스트 결과는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공개될 예정인데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승부 조작, 조직사유화 등 스포츠 4대악을 ‘일신’한 한국 스포츠가 도핑테스트로 다시 한번 강력한 자정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도핑테스트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국내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참가한 동서진영의 화합 대회라는 데 방점을 찍지만 IOC는 도핑방지에 이정표를 세운 대회라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100m 남자육상 금메달리스트 벤 존슨의 금지약물 복용을 적발해, 이후 올림픽에서 약물 추방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스포츠는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지만 정작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상상력 빈곤’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메달만 따면 할 일을 다했다’라는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는 메달을 뛰어넘어 감동과 스토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리우 올림픽 관전포인트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리우에서 금메달 11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7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빚어내는 눈물, 땀, 그들의 성공과 실패담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메달 사냥에 초점을 맞춘 에루페 귀화 추진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메달 개수로 국력을 평가하고, 국격을 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공정한 룰을 통해 제대로 된 선수를 발굴하고 지도자와 선수의 페어플레이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리고 이를 2019년 완공 예정인 국립체육박물관 스토리 코너에 남겨 후세에 전하면 어떨까. 손기정, 김성집, 양정모, 황영조는 물론,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IOC 무대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고 이상백 선생에 대한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우생순의 눈물’도 보석처럼 반짝이지 않은가. 때마침 통합 대한체육회는 ‘스포츠로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에 ‘스포츠는 스토리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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