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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 경제실패에 대한 국민심판

입력
2016.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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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무너졌다.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주었다. 완벽한 여당의 패배고 야당의 승리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인 해석일 뿐이다. 국민경제로 볼 때 이번 총선은 여당과 야당이 모두 패배한 선거다.

선거는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평가하고 올바른 인물을 선출하여 나라 발전의 새로운 희망을 여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총선은 우리 경제로 보아 보통 중요한 선거가 아니었다. 그러나 역대 어느 총선보다도 혼탁하고 갈등이 컸다. 후보자 공천 과정은 여당이나 야당 모두 계파 간 난투극의 극치를 보였다. 여야 후보들은 얼토당토않은 공약을 내놓고 선동하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위기와 민생불안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책공약은 일회성 선거용으로 포장하는데 급급했다. 희망을 주기는커녕 좌절과 불안을 안겼다.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태다. 중국경제에 발목이 잡혀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면서 성장절벽에 부딪쳤다. 기업들은 실업자를 쏟아내며 쓰러지고 가계는 소득이 없어 빚더미 위에 올라 앉고 있다. 아예 서민들은 전월세도 감당하지 못하여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여당과 야당은 경륜과 학식을 갖춘 국내 최고의 정치ㆍ경제 전문가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책 제시 대신 상대방 인신공격부터 시작했다. 지식수준, 과거경력, 정신상태 등을 거론하며 흠집내기 언쟁을 벌였다. 국회의원 선거전이 여야 간 상호파괴적인 싸움판으로 치달았다.

여야의 총선공약은 면피용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해외진출 기업을 다시 끌어들이고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매년 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사교육비를 줄이고 주택 공급을 늘려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정책의 참신성이 부족하고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부총리를 두고 미래산업의 연구개발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여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공약을 했다. 동시에 기초연금 30만원 균등지급, 유아보육 100% 책임, 고교무상 교육 등의 복지공약을 추가했다. 공약 내용이 추상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

선거 승리를 위해 무책임하게 내놓은 위험한 공약도 있다. 바로 새누리당이 제시한 양적완화 정책이다. 우리경제는 기업부실, 가계부도 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돈 푸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가계와 기업부채만 늘린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한국은행을 정치권력의 금고로 삼아 필요할 때마다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라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많은 국민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58%에 이르는 높은 투표율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막상 표를 찍을 정당과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 현재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대안이었다. 그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탄생했다. 그리고 제3당으로 국민의당이 자리를 잡았다. 20대 국회는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심판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기능을 하는 새로운 국회로 태어나야 한다. 여소야대의 원 구성은 국회 운영을 올바르게 할 경우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차단하고 합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국회 운영이 잘못 될 경우 정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을 갖는다.

20대 국회의 과제는 경제 붕괴부터 막는 것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 의회정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 20대 국회는 여야 국회의원 모두의 이름으로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벌이는 여야의 소모전을 차단하고 적기에 법안을 논의하고 처리하는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정치가 경제를 살리고 나라 발전을 이끄는 본연의 체제를 갖춰야 한다.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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