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울의 출판사 ‘도서출판 아시아’는 110편의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3년간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완결했다. ‘현대한국문학 시리즈’라는 타이틀아래 많은 소설들이 한국어와 영어 2개국어 판으로 출간되었으며 추가적인 작품 해설과 비평이 곁들여졌다.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도서출판 아시아는 또 다른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바로 한국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인 ‘케이 픽션(K-Fiction)’ 시리즈이다. 이 컬렉션에 속한 대부분의 작품은 이전에 한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것들이다. 케이 픽션 시리즈는 한국의 최신 소설작품들을 영어로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첫번째 시리즈로 네 편의 우수한 소설을 소개한다. 특히 박형수 작가의 ‘아르판’이라는 작품은 굉장히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유명 한국 작가가 ‘와카’라는 나라에서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곳에서 그는 와카국에 생존한 마지막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시점에서는 그 와카국의 작가가 난생 처음 서울을 방문하고 그 한국인 작가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소설 ‘아르판’은 짧지만 아주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세계화와 표절, 그리고 문화의 상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박보미 작가의 ‘애드벌룬’은 운, 기회, 가능성 있는 현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존재에 대한 매혹적인 반추를 다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관성 없는 한 남자의 삶과 콘서트장에서의 아버지의 죽음, 비참한 실연과 직업적 성공을 위한 노력 그리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UFO 등 그 남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작품은 오한기 작가의 작품이며 실제로 소설 속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한다. 시골에서 낡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젊은 한국인 청년이 할리우드 스캔들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전설적인 영화감독과 우정을 쌓는다 라는 내용이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인물을 매우 재미있고 위트있게 다룬 작품이다. 케이 픽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이베리아의 전갈’도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다. 한국인 작가로서 스파이 장르를 문학적으로 잘 소화해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케이 픽션은 계속해서 두 번째 시리즈 출간을 통해 또 다시 좋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두번째 시리즈를 통해 한국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우수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가장 훌륭한 번역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소설 황정은 작가의 ‘양의 미래’는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삶을 다룬다. 이 소설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주인공이 실종된 동네 여자아이와 마지막으로 대화한 사람으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한다. 굉장히 미묘하면서 삭막한 분위기와 사회의 비주류로서의 느낌이 묘사되었다. 윤이형 작가의 ‘대니’라는 작품 또한 흥미롭다. 이 소설은 한국 번역 작품 중 드물게 SF 소설이라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머지않은 미래에 만날 수도 있는 아이를 돌봐주는 로봇 ‘대니’의 이야기이다. 대니는 한 할머니와 아주 특별하고 비극적인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영화 ‘그녀’와 ‘엑스 마키나’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시리즈를 완성하는 작품인 천명관 작가의 ‘퇴근’은 슈퍼리치들이 세상의 모든 자원들을 빨아들이고 하위 계층의 사람들은 절박하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미래를 반이상향적인 작품이다. 오웰이나 코막 매카시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 있으나 이 책의 결말은 한국의 현대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번째 시리즈의 모든 작품이 현재 또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운 분위기의 한국문학 작품을 접하고 싶다면 케이 픽션 두 번째 시리즈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케이 픽션 시리즈 소설들은 한국 문학계에서 현재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 문학 번역이라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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