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에 노란 물결…고지용도 합류 눈길

MBC ‘무한도전-토토가 시즌’2 일환 깜짝 공연
“2000년 해체 후 이런 자리 상상도 못해”
“여섯 수정 보자” 김해서 온 관객까지
2000년 해체를 선언한 보이그룹 젝스키스가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6년 만에 ‘완전체’가 되어 공연하고 있다.

“이제 서른 여덟이라 안 울려고 했는데… 감동 받아 안 울 수가 없네요.” 14일 오후 8시30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1990년대 소녀들의 우상이던 보이그룹 젝스키스 멤버 김재덕은 안대를 벗자마자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조명이 꺼진 객석에서 팬들이 숨을 죽인 채 젝스키스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풍선을 흔드는 풍경을 보고 난 뒤다. 리더인 은지원을 비롯해 강성훈, 김재덕, 고지용, 이재진, 장수원 등 여섯 명의 멤버들이 16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본 팬들도 결국 눈물을 쏟았다.

지난 2000년 해체를 발표한 젝스키스가 다시 모여 상암벌을 뜨겁게 달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마련한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서다. 안대와 헤드폰을 착용하고 관객이 얼마나 모인 지 모른 채 무대 위에 오른 젝스키스 멤버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은지원은 “팬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 느낌일 텐데 예전 모습만 기억 할까 봐 너무 걱정이 앞선다”고 떨려 했고, 안대를 벗은 뒤 “불이 켜지고 노란 풍선을 보는 순간 내가 ‘젝키’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젝스키스 멤버들은 이번 무대를 위해 6개월을 준비했다. 강성훈은 “16년 만에 연습실에 모여 춤을 맞추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이었다”며 벅차했다. 이재진은 “2000년 5월 해체를 한 뒤 이런 자리가 마련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의미를 뒀다.

젝스키스 해체 후 연예계를 떠난 고지용이 깜짝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오래 준비한 무대지만, 멤버들은 첫 무대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강성훈은 크게 숨은 내쉬며 16년 만의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다스렸다. 무대 중앙에서 원을 그리며 다 같이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친 멤버들은 ‘컴백’을 시작으로 공연의 문을 활기차게 열었다. 20대에 데뷔해 이제 대부분의 멤버가 마흔을 앞둔 젝스키스의 춤 실력은 크게 녹슬지 않았다. 이들은 히트곡 ‘폼생폼사’의 포인트 안무인 점핑 댄스도 거뜬하게 소화하며 군무를 칼 같이 맞췄다. 전성기 못지 않은 모습이었다. 은지원은 “해보니 별로 안 힘드네”라며 공연 분위기가 무르익자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커플'을 부르는 보이그룹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의 백미는 고지용의 깜짝 등장이었다. 젝스키스 해체 후 가수 활동을 접은 그가 ‘기억해 줄래’ 무대 중반에 모습을 비추자 공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연예계를 떠난 뒤 그가 대중 앞에서 노래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팀 해체 후 회사원으로 살며 그간 방송 활동을 철저히 삼가 온 그가 이번 무대에 합류 할 지가 팬들의 관심사였는데, 그가 공연에 참석해 팬들의 감격이 더한 것이다. 팬들의 함성에 벅차 오른 듯 고지용은 “어…”라며 수 초간 말문을 잇지 못했다. 결국 눈시울을 붉힌 그는 “감정이 벅차 오른다”며 “16년 만인 것 같은데 마지막 무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고지용이 이날 젝스키스 멤버와 함께 부른 ‘기억해 줄래’는 팀이 해체를 선언하며 마지막 무대에서 팬들에 들려준 추억의 노래다. 고지용은 “전 제 일을 하고 있고 한 가정의 아이 아빠가 돼 있다”며 근황도 들려줬다. 또 “‘무한도전’을 계기로 멤버들이 왕성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는 따뜻한 바람도 전했다.

2000년 해체한 보이그룹 젝스키스가 16년 만에 다시 모였다.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즌2 일환이다. MBC 제공

고지용이 무대에서 내려 간 뒤 젝스키스는 ‘로드파이터’와 ‘예감’, ‘너를 보내며’, ‘기사도’를 차례로 부르며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장수원은 “앞으론 이렇게 긴 공백기도 헤어지는 일도 없도록 좋은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며 팬들과의 재회를 약속했다.

이날 상암벌은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무한도전’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에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한 뒤 불과 5시간 만에 5,808명의 관객이 모였다. 이들 가운데에서는 경남 김해에서 온 여성 등 지방에서 올라온 젝스키스 팬들도 많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신서연(31)씨는 “게릴라 공연 공지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KTX를 타고 올라왔다”며 “고지용 오빠까지 여섯 멤버를 모두 본 건 2000년 5월20일 이후 처음이라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관객들 가운데는 젝스키스가 활동했던 1990년대를 추억하기 위해 온 30~40대 관객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두 아이를 실은 유모차를 끌고 상계동에서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백선희(34)씨는 “고등학교 때 젝스키스 팬이었다”고 웃으며 “공연 공지를 보고 남편한테 얘기해 재미있을 것 같아 함께 왔다. 여섯 멤버가 다시 모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퇴근 후 바로 공연장으로 왔다는 호찬희(33)씨는 “여섯 멤버를 다시 봐 정말 반가웠고 옛날 생각을 추억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젝스키스의 완전체 무대를 고마워했다.

MBC '무한도전'을 통해 16년 만에 다시 만난 젝스키스 여섯 멤버. MBC 제공

젝스키스의 게릴라 공연은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시즌2 일환으로 기획됐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토토가’는 지누션 등 19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을 다시 무대로 소환해 복고 열풍을 일으킨 코너였다. 젝스키스의 ‘완전체’ 공연은 애초 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공연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자 제작진이 게릴라 콘서트란 콘셉트를 이유로 이날 다시 꾸렸다. 4월14일은 1997년 데뷔한 젝스키스가 햇수로 꼭 데뷔 20주년을 맞는 4월15일보다 하루 앞선 날이다. 젝스키스의 이번 게릴라 콘서트는 16일 전파를 탄다.

글·사진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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