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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한 표의 힘 실감…당선자 색깔 칠해진 지도 보고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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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한 표의 힘 실감…당선자 색깔 칠해진 지도 보고 울컥”

입력
2016.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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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신음 ‘5포 세대’ 청년들

“금수저만 위한 정부ㆍ여당 심판”

反여권 정서로 투표소 온 회사원

“野 옹호한 건 아니다” 동시 경고

“국정교과서ㆍ위안부 협상 실망”

보수 성향 유권자도 생각 바꿔

“그간 기성세대는 ‘20대 X새끼론’ 운운하면서도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은 마련하지 않고, 청년들이 역량을 키울 기회만 박탈해 왔다.”

대학원생 태원석(29)씨는 14일 자신이 전날 행사한 한 표의 의미에 대해 분노에 찬 답변을 들려주었다. 투표도 안 한다며 ‘X새끼’라고 20대를 무시해 온 정치권을 심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태씨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전례 없이 절망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만 있다면 정치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20대 총선 판을 뒤집은 분노한 2030 젊은층, ‘앵그리 영 보터’의 표심은 이랬다.

13일 충북 충주시 봉방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충주 국원고에서 한 젊은이가 입을 꼭 다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충북 충주시 봉방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충주 국원고에서 한 젊은이가 입을 꼭 다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헬조선 탈출구의 시작 ‘나의 한 표’

최악의 취업난과 임금 차별 등에 신음하며 스스로를‘5포(연애ㆍ결혼ㆍ출산ㆍ인간관계ㆍ내집마련 포기)세대’라고 자조하던 젊은층을 기표소로 몰아넣은 것은 분노였다. 취업준비생 한송이(25)씨는 “젊은층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금수저만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 여당에 실망해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양모(38)씨 역시 “우리가 힘들다 힘들다 하니까 그냥 힘들어도 되는 세대로 취급하는 것 같은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갔다”고 했다.

분노는 단순한 실정(失政)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잘못하고 있는데도 국민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일방통행이 2030 세대를 뒤흔들었다. 경기 수원에 사는 회사원 박모(28)씨는 “나는 원래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고 시장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다. 그러나 이 정권의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강행은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나쁜 행보로 보였다. 그런데도 국민들 눈치를 보는 시늉도 안 하니, 유권자의 힘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성재민(28)씨도 비슷했다. “그간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 가까웠는데 소통 없는 국정교과서 추진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논란 등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해 생각을 바꿨다”고 그는 말했다. 회사원 함모(32)씨는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을 하는 새누리당이 싫어서, 지지하는 당이 아니었지만 새누리당을 이길 후보를 밀어줬다”고 말했다.

다음 모바일 화면 캡처
다음 모바일 화면 캡처

“야권 잘해서 찍어준 것 아니다”

표 뒤에 숨은 더욱 무서운 의미도 들을 수 있었다. 회사원 박승규(32)씨는 “반여권 정서로 야당을 선택하긴 했지만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옹호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한일 위안부 협상 등에서 연이어 실정을 했는데도 야권은 이렇다 할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민주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 원내 제1당으로 어떻게 아젠다를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준엄했다.

여소야대를 만든 젊은 유권자들은 스스로의 힘을 자각했다. 회사원 박씨는 “투표를 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투표의 힘을 실감했다. 지역별 당선자 색깔이 칠해진 지도를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28)씨는 “내 표를 하나도 사표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전략적으로 투표했다. 결국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됐고, 정당 투표도 의미 있는 표가 됐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미래가 기성세대에 좌지우지 된다는 데 좌절감을 느낀 젊은층이 투표라는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든 만큼 앞으로 정치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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