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의 줄임말인 ‘한남’은 된장녀, 김치녀 등과 같이 여성 혐오를 표현하는 말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공격적이며 투쟁적인(이하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한편,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들은 보통 넷상에서 ‘마초’ 한남들에 의해서 ‘메갈년(전투적 페미니스트 사이트인 메갈리아+년의 줄임말)’이라고 불린다.

한남은 더 비하적인 취지에서 종종 ‘한남충’이라고 표기되며, “한남 섹스 못한다” “한남 못생겼다” “한남 69” 등에서처럼 쓰인다. 물론, ‘한남’이 전형적인 한국 남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면, 전형적인 한국 남자는 아마도 50대 고졸 자영업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전형적인 한국 남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고, 아카데믹한 접근도 부재한 편이다. 단지 사회의 여러 집단들이 소위 전형적인 한국 남자에 대해서 각기 서로 편할 대로 상상하고 주장할 뿐이다.

그러니까, 한남은 예컨대 한국 아줌마라든가 한국 아저씨 등과는 전혀 다른 맥락과 뉘앙스를 지닌 말이다. ‘한남’을 중립적으로 뜻풀이 하자면, 가부장제 한국 사회의 각종 억압과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고 이런 사회 안에서 아무런 자각 없이 행동하고 말하고 살아가는 남자가 된다. 그렇다면, 현실의 한국 남자들 중 다수가 ‘한남’이며, 이런 취지에서 보자면 ‘한남’은 전형적인 한국 남자를 실질적으로 가리키게 된다고도 할 수 있다.

“한남충 69”란 한국 남자들 성기의 평균 사이즈가 6.9센티라며 전공투 여성들이 한남들을 조롱하는 말이다. 원래 6.9센티 운운하는 얘기는 일본의 혐한 사이트에서 시작된 것인데, 전공투 20대 여성들이 이것을 가져다가 마초 한남들을 약 올리려고 쓰고 있다. 일부 진지한 한남들은 그게 실은 6.9센티가 더 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반박이야말로 ‘한남’이란 말을 발명한 전공투 20대 여성들에게 말려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남들 중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양심적인 남성들조차도 전공투 20대 여성들의 어휘 선택이나 말투가 지나치다고 여긴다. 하지만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로 그렇게 지나치다고 느끼고 있는, 상대적으로 양심적인 한남들의 젠더 감수성이나 젠더 불안 역시 문제다.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양심적인 한남들이 제대로 더 깨우치고 단결하고 봉기해서 마초 한남들의 성 폭력 및 억압과 여성 혐오적 언어 폭력 등에 대해 뭔가 변혁을 성취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자면, 원래 된장녀와 같은 말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혐오 발언(hate speech)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혐오 발언이 사회적으로 만연하는 상황에서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 중심의 언어 권력 헤게모니와 맞싸우려는 취지에서 고안해낸 말들이 바로 한남 등의 어휘다. 전에는, “남자는 다 애” “남자는 다 짐승” “남자는 다 개새끼”와 같은 정도에 머물렀겠지만, 지금은 담론적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전공투 20대 페미니스트들의 이러한 담론 전술에 대해서 그것이 기존의 여성 혐오 및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한 단순하고 즉자적인 반사 내지는 반동에 그칠 뿐이라는 관점이 있다. 심지어, 이런 관점은 여성들 사이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가부장제의 폭력적이고도 불평등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이런 관점이야말로 매우 안이하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한남 입장에서 보자면, “한남 섹스 못한다”는 것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지 두 개뿐이다. 하나는 음경 보형술 등에 의지해서 그걸 더 키운 다음에 성매매 같은 걸 자주 해서 그 스킬의 레벨이라도 올려 보든가. 아니면, 여성을 외모로만, 또 단지 섹스 상대로만 보는 삶의 방식과 작별하든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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