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찬가<24> 사망-부상 中 청소년 비율 41%

자전거사고 중 어린이 비율
하락하다 지난해 19%로 반등
자전거 의무교육은 걸음마단계
난지도 자전거공원을 누비는 청소년들. 열에 아홉은 헬멧을 안 썼다. 안전에는 관심이 없는 이 녀석들, 나이 들면 달라질까.

‘얘들아 그렇게 달리다 크게 다친다.’

말은 입 속에서만 맴돌았다. 해 봐야 안 통할 테니. 장애물 타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낯선 아저씨 잔소리가 들릴쏘냐. 올 설날 난지도 자전거공원은 연휴를 맞아 자전거를 끌고 나온 아이들로 들썩거렸다. 생활자전거부터 픽시까지 온갖 두 바퀴 탈것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공통점이 있었으니- 하나같이 맨머리였다. ‘안전헬멧 및 안전장구를 착용하시고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위해 꼭 지켜주세요.’ 안내판은 10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첨단재질로 만들었으리라. 조막만한 머리통들이 높은 언덕에서 휘청거릴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렸다. 이 작은 악마들을 어쩌나.

처음에는 조곤조곤 타일렀다. 나중엔 겁도 줘 봤다. 한때는 위험하게 달리는 아이를 지나치지 않았다. 남의 자식이지만 남 같지 않은 것이 아이들이라. 하지만 “네”라는 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대신 “헬멧은 불편해요” “가끔 타는 건데 헬멧 귀찮아요” “에이, 잠깐인데 어때요” 등등 도리질이 이어졌다. 핵폭탄 발사 버튼을 누르라고 한 것도 아니건만, 녀석들은 고집불통이었다.

요새는 곁눈질만 한다. 혹시 다치면 달려가려고. 조사기관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자전거 운전자 중 헬멧을 쓰는 사람의 비율은 대략 8~9%이고, 아이들 비율은 더 적다.

지난해 서울 한강 광나루의 BMX용 자전거공원에 놀러 온 아이들. 헬멧 없이는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결국 하나씩 가파른 경사를 내려갔다. 사내 녀석들 좀 다치면서 크는 거지, 하다가도 불쑥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뿐이랴, 아이들은 도로 위의 규칙을 모른다. 아무 신호 없이 방향을 틀어서 뒤따르던 사람을 놀라게 만들기 일쑤다. 동네 골목길, 한강 자전거도로, 때로는 큰 도로, 어디서고 떼를 지어 달린다. 도로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저들끼리 밀고 당기며 장난치다 중앙선을 넘기도 한다. 지난 주말엔 1, 2차선을 오가며 갈지자로 달리는 중학생을 멀리서 바라만 봤다. 쫓아가서 말릴 수도 없고 별 도리가 없다.

사망-부상자 중 청소년 비율 41%

그러니 어린이 자전거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자전거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은 2010년 1만4,690명에서 2014년 2만156명으로 늘었는데, 이중 14세 이하 아이들의 비율이 20% 안팎을 차지한다. 2010년 21.6%였던 것이 15%까지 낮아졌다가 2014년 18.9%로 다시 올랐다.

연령대를 청소년 기본법이 정한 청소년 연령인 24세까지 늘리면, 자전거 사고 사망-부상자 중 청소년 비율은 2014년 기준 41%에 달한다. 6,847명이 다쳤고 21명이 숨졌다. 2010년에 비해 되레 5.6%포인트 오른 수치다. (정부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통계 참고)

자동차 면허 비슷한 것도 없는 청소년들은 가고 싶으면 가고, 서고 싶으면 선다. 지난해 여름 서울 광진구 하교길.

이 때문에 청소년이 사고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통질서에 무지한 탓이란다. 자전거 교통사고만 분석한 자료 중 가장 최신판인 도로교통공단의 ‘2014년판 자전거 교통사고 요인분석(2009~2013년 수치 통합)’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자전거 사고에서) 대부분의 연령층이 피해자였던 비율이 높았지만, 15~19세 청소년의 경우 반대로 가해자였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쉽다. 1당사자는 가해자, 2당사자는 피해자를 뜻한다. 15~19세 운전자 비율은 피해자 가운데 7.8%에 그친 반면, 가해자 중에서는 11%였다. 그밖에 가해자일 때 구성비율이 더 높은 연령대는 20~29세뿐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은 ‘청소년들이 자전거 운행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법규 위반 등으로 사고 야기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자료=도로교통공단 ‘2014년판 자전거 교통사고 요인분석’
어른 돼서도 안전의식 약해

자전거 안전불감증은 나이가 든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땐 자동차만큼이나 운행에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우더라도,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예컨대 어머니는 자동차 운전경력이 20년의 베스트 드라이버지만, 안장 위에선 언제나 맨머리다. 슬그머니 현관을 나서려다 아들에게 붙잡히는 일이 허다하다. 그만큼 잔소리를 들으면 고칠 마음도 생길 텐데 머리가 눌려서 싫단다. “아이고, 일찍 나갈 걸” 해도 억지로 헬멧을 씌운다. 어머니는 “천천히 달리고, 건널목에선 항상 멈춰 서거나 내린다”고 항변하지만 소용 없는 일. 자전거 사고 피해자의 73%는 사고 당시 법을 지킨 사람이었다.

청소년기 자전거 안전교육이 절실하지만 공교육은 걸음마 단계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가끔 일회성 수업을 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중고 70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어린이-청소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기회를 얻은 초등학교는 40곳. 서울 전체 초등학교의 6.67%에 불과하다. 올해는 초중고 100곳으로 확대한다지만 한 학기 4시간(이론-실기 각 2시간) 수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도 팔을 걷었지만 역부족이다.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격주로 자전거를 가르치는데 대상 학교는 123곳뿐이다. 여학생의 체력단련이 주된 목표라 원하는 학생만 교육을 받는다. 문제는 예산이다. 최정운 시교육청 장학사는 “안전교육 필요성은 느끼는데 장소와 장비, 강사비가 없어서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자치구의 경우, 관내 학교에 자전거를 30대씩 기증해서 모든 학급이 자전거 교육을 하지만, 전면 실시는 무리”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회사 DB에서 찾은 사진. '2008년 6월 2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인라인 교실'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람이 더 적다. 촬영: 황재성 기자
처음 가르칠 때 헬멧부터 사주세요

당장은 집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페달 밟는 법보다 안전수칙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공적 영역이 바뀌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아이들에게 집밖은 너무 위험한 곳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회사 선배도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었다. 그는 부모들이 자전거를 ‘잘못 타면 위험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꼭 헬멧과 함께 사주면서, 자전거는 왜 맨몸으로 타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선배는 부모들이 넘어질 위험이 없는 세발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운 탓에,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한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자전거는 원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지만 다치면서 배울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역시 부모는 보는 눈이 다르다.

어떡하면 그럴싸한 말로 글을 마칠까 이틀째 머리를 싸맸지만 뾰족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자는 ‘집에서 잘하자’ 따위의 멍청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드라마 속 시어머니 같은 선배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별다른 수가 없다. 때로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는 문제가 있는 법이다. 내 아이의 안전은 내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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