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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성 퇴직 강요’ 금복주 불매운동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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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성 퇴직 강요’ 금복주 불매운동 확산되나

입력
2016.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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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금복주불매운동본부’ 발대식

30일 성서공단 금복주 본사 앞에서… 지역 노동단체ㆍ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연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계 관계자들이 3월16일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금복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여성회 제공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계 관계자들이 3월16일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금복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여성회 제공
결혼여성 퇴직 강요에 반발, 금복주 불매운동에 나선 대구지역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구 달서구 장동 금복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여성회 제공
결혼여성 퇴직 강요에 반발, 금복주 불매운동에 나선 대구지역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구 달서구 장동 금복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여성회 제공

‘결혼퇴직’ 강요로 촉발된 대구지역 여성단체 중심의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전 대구 달서구 장동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금복주불매운동본부’ 발대식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운동본부에는 대구여성회 등 지역 1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한국여성단체총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전국단위 여성, 노동단체도 연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부터 대구지역 여성단체 중심의 불매운동이 전국운동으로 번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측은 “금복주 측에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개선방안 마련 ▦여성비하발언 직원 징계 ▦성평등교육 실시 등을 요구했으나 근본적이고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결혼퇴직강요와 여성노동자 차별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금복주 불매운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복주 불매운동
금복주 불매운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7일 ‘성차별 여성노동탄압 기업 금복주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금복주 본사 앞에서 매일(주말 제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대구청년유니온은 지난 24일 달서구 성서공단 내 금복주 본사 앞에서 ‘N포세대 조장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N포세대는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하는 청년층을 뜻한다. 여성단체연합은 31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간 뒤 불매운동 참여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지속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여성단체연합 측에 따르면 금복주는 1957년 창사 후 한 번도 (사무직에서)여직원들이 결혼 후 근무한 선례가 없고, 여직원으로서 승진한 것은 단 한 명에 불과하며, 17년간 일해도 진급을 할 수 없다.

A씨는 2011년 금복주에 입사,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다 결혼 소식에 퇴직을 강요당했다며 지난 1월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진정했다 정식으로 고소했다.

A씨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A씨는 결혼소식을 들은 직장상사로부터 퇴사를 종용 당했고, 이에 응하지 않아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판촉부로 인사이동됐다.

노동청과 국가인권위 진정 이후 원래 부서로 복귀했지만 A씨는 끝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속앓이를 하게 하고 있다. 사직 사유로 ‘퇴직을 종용한 압박으로 인해’라고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은 A씨에 대한 고소인조사에 이어 지난 22일 김동구 금복주 회장을 피고소인자격으로 조사를 마쳤고 다음달 중순까지는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노동지청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해외출장으로 지난주 초에 조사했다”며 “김 회장은 ‘상의회장 등을 지내며 경영에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는데, 여성을 중간관리자로 채용하는 등 기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복주가 변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6일 금복주 임원진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금복주 측은 미리 취재진을 부른 뒤에 갑자기 사과문을 낭독했다. 여성단체 측은 “사전 양해도 없이 취재진을 불러 사과문을 읽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여성단체 회원들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는 ‘금복주 사과’로 알려졌고, 우리는 결국 의도치 않게 금복주의 ‘쇼’에 출연한 셈이 됐다”며 반발했다. 여성단체들이 17일부터 불매운동에 돌입하게 된 것도 금복주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안이한 현실인식,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스타일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1957년 설립된 금복주는 ‘자도주 의무구매’라는 보호막 아래 대구경북에서 승승장구했다. 1996년 헌법재판소가 자유경쟁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뒤 한때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역민들의 한결 같은 ‘금복주 사랑’으로 대구경북 소주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연매출은 1,3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수돗물로 만든 소주를 ‘100% 천연암반수’로 만들었다고 속여 사회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복주 관계자는 “피해자와 여성단체관계자 등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직장내 성차별 해소 등과 관련한 건설적인 대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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