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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양파 공동체

입력
2016.03.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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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안이면서 밖이면서 벽입니다. 너머인 동시에 속입니다. 흰 방들이 꽉꽉 들어찬 미로입니다. 이제 열쇠를 다오, 이제 들여보내 다오, 애원하고 기도하고 기다립니다. 쪼개며 열고 견디고 얇아집니다. 어디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똑같이 생긴 소용돌이입니다.

입을 그린 뒤 얼싸안고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발설을 안에 가두면 힘이 됩니다. 조금만 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위치는 중요한 것이죠. 들여다보는 것과 안에 있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들여다보면 떠나면 그 자리를 잊을 수 있습니다. 안에 있으면 계속 겪어나가야 합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니, 우리가 됩니다.

공동체는 마땅하게도 양파여야 합니다. 겹겹을 몰라서 서로 뭐라 뭐라 해도 양파 안에 있어야 합니다. 양파의 소용돌이를 지나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그곳에 이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다만, 뒷문을 열자, 뒷문은 가장 안쪽에 있어. 양파가 알려줍니다.

양파도 제 속은 모르겠지만요. 뒷문을 열면 비탈진 숲, 숲을 지나면 시냇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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