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순하리. 롯데주류 제공

국내에 달콤한 과일소주 열풍을 일으킨 시발점인 '처음처럼 순하리'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폭음보다는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등장한 과일소주는 비록 반짝인기는 식었지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술 위주로 주류시장 판도를 흔드는 데 한몫했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가 지난해 3월 20일 출시한 처음처럼 순하리는 천연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첨가한 알코올 도수 14도의 소주 베이스 칵테일이다.

롯데주류는 순하리 출시에 앞서 약 1년간 소비자 4,400여명을 조사해 소비자들이 소주 향과 맛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향과 맛이 좋은 과실주에 대해서는 가격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알코올 도수를 14도로 낮춰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맛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과실주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기획부터 제품 출시까지 고객 요구를 그대로 반영했다"며 "소주처럼 부담없는 가격에 풍부한 과실 맛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순하리는 SNS를 중심으로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몰이를 해 출시 100일인 작년 6월 27일 기준 누적 판매량이 4,000만병을 넘었다. 특히 가벼운 술자리를 즐기는 젊은층과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물량이 풀리면 바로 '완판'되는 일이 되풀이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어 '소주계 허니버터칩'으로 불리기도 했다.

순하리가 그동안 침체한 주류시장에서 모처럼 히트상품으로 뜨자 주류 시장에는 순하리와 비슷한 과일소주 제품이 쏟아졌다.

먼저 무학이 작년 5월 자사 소주 브랜드인 좋은데이에 블루베리·석류·유자향 등 3가지를 첨가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출시했다. 이어 대선주조가 천연 자몽·레몬 과즙을 넣은 '시원블루' 시리즈를, 금복주가 유자향을 넣은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를 내놓았다.

소주 선두업체인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6월 출시한 알코올 도수 13도의 '자몽에이슬'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과일소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류업계가 유행을 타고 너도나도 과일소주를 출시해 현재 시중에 낮은 도수와 과일 맛을 표방한 과일소주 제품은 수십 개에 이른다.

그러나 거셌던 과일소주 열풍은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수그러드는 추세다. 호기심에 과일소주를 사먹어 보는 소비자가 점점 줄어든 영향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순하리가 막 시장에 나온 지난해 3월 전체 소주 매출에서 과일소주 매출 비중은 0.1%에 그쳤다. 그러다가 과일소주 열풍이 불면서 4월 2.1%, 5월 7.2%, 6월 8.8%, 7월 12.9%로 급상승했다.

과일소주 매출 비중은 7월에 정점을 찍고서 8월 11.4%, 9월 6.3%, 10월 5.3%, 11월 4.7%, 12월 4.8%, 2016년 1월 4.1%, 2월 3.2%, 3월 2.8%로 다시 내려갔다.

과일소주 인기는 소강상태지만 순하리로 시작한 과일소주 열풍은 주류시장 신제품 경쟁 판도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주 중심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작년 말부터 주류업계는 과일소주와 마찬가지로 젊은층과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겨냥한 탄산주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해양조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부라더소다'는 화이트 와인에 탄산과 소다 맛을 첨가한 알코올 도수 3도 탄산주다. 부담없이 음료처럼 마실 수 있어 특히 20∼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었다.

최근 롯데주류는 도수 4.5도 탄산 매실주 '설중매 매실소다'를, 하이트진로는 도수 3.0도 복숭아 맛 탄산주인 '이슬톡톡'을 출시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탄산주가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SNS 등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과일소주 빈자리를 일부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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