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문제 많은 최후 선택
ECBㆍBOJ 미적거리다 할 수 없이 도입
한국 실패 피하려면 제로금리 서둘러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는커녕 제로(0)금리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물가와 성장을 위한 수년 간의 저금리와 양적완화(QE) 조치에서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재닛 옐런 의장은 미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될 수 있을까. 누구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유럽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스위스와 덴마크에서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막대한 자본의 양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막대한 해외 유입 자본은 유입국 통화가치를 지나치게 높여 금융과 상품시장을 모두 왜곡시킨다. 그 결과 두 나라는 수출이 어려워지고, 저가 수입품의 범람으로 성장에도 타격을 입어 왔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JOB)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건 좀 다른 이유에서다. 제로금리를 적용하고, QE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지만 상업은행들은 좀처럼 돈을 굴리지 않았다. 열악한 경제 여건에서 기업에 돈을 빌려줘 부채가 악성화 하는 위험을 피해 미미하지만 안전한 수익을 겨냥해 오히려 중앙은행에 수조 달러를 예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로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는 우선 기업투자와 소비를 촉진한다. 둘째, 상업은행들로 하여금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손해를 보느니 대출을 일으키도록 유도한다. 셋째, 마이너스 금리는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수입 가격 상승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높아진다. 넷째, 증시를 활성화하고 소비를 증진시킨다.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물가목표 달성에 대한 중앙은행의 확고한 결의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제고시킨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이론적 경로대로 긍정적으로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업은행들이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만 해도 그렇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면 상업은행들은 중앙은행 자금예치 비용에 더해, 대출이자 하락 등에 따른 마진 축소로 오히려 대출에 더 소극적일 수 있다. 유로존에서는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 적용 후 상업은행 대출이 여전히 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다. 은행들은 금리보다 오히려 대출의 안전성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개인 역시 은행에 비용을 물면서 돈을 예치하는 대신 다른 쪽으로 돌릴 것이라는 기대도 불확실하다. 우선 마이너스 금리가 되더라도 은행이 개인 고객에게 예치 비용을 물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설사 수수료 같은 걸 통해 소액의 비용을 물린다 해도, 자산의 안전성 등을 고려해 개인 고객들로서는 그걸 감수하고 은행에 돈을 넣어두길 바랄 수도 있다. 아예 금고에 고액권 현금을 쌓아 두거나, 고가의 미술품 사재기에 씀으로써 여전히 실물 부문으로는 유동성이 기대만큼 흐르지 못할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엄연한 현실이 됐다. 그리고 Fed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듯이,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만병통치약이 아닐뿐더러, 문제점도 많은 최후의 선택이다. 아울러 그 이전의 통화정책이 실패했다는 고백일 뿐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ECB와 BOJ는 너무 오랫동안 행동을 미루다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해야 하는 곤경에 빠졌다. BOJ는 90년대 초반에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폈어야 했고, ECB는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완화책을 펴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다. 한국이 ECB와 BOJ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제로금리를 도입하는 선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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