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시끄럽다.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 35시간이 상징하듯이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의 권익 보호 등의 측면에서 구미 선진 주요국들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파리로 출장 가면서 일정을 짤 때는 항상 지하철 파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정도로 노동운동이 강한 이미지를 가진 나라이다.

그런 프랑스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내용의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는 점 자체가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노동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집권당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마뉴엘 발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이라는 점이다. 사회당은 전통적으로 근로자 권익 보호와 근로시간 단축에 앞장서 왔던 정당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프랑스는 산업이 상당히 강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주항공, 원자력, 고속철도, 수자원 관리 등의 분야에서 혹은 미국과 혹은 이웃 독일 등과 어깨를 견주어 온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 화학, 자동차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프랑스가 경제활력을 잃고 신음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권 사회당도 과감히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노동개혁의 내용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금과옥조와 같던 ‘주당 35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여 실질적 근로시간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제로 한 기업의 근로자 해고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당연히 노동계 및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집권 사회당 내에서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으므로 프랑스의 노동개혁이 계획했던 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발스 총리가 법안을 제출하면서 “이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당 정부가 프랑스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진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듯이 정부의 개혁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또한 중요한 노동조합의 하나인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이 이 법안을 비판하면서도 법안 내용의 완화를 목적으로 한 수정안을 제안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프랑스 노동개혁 상황을 늘어놓은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이끈 노동개혁을 과거의 일로 차치하더라도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프랑스 경쟁국인 독일이 잘 알려져 있는 ‘하르츠 개혁’을 1999~2004년 당시의 집권당이던 사회당의 슈뢰더 총리의 주도로 이끌어낸 것을 필두로, 이웃 국가들인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비슷한 개혁 조치를 최근 단행함으로써 경제활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는 데서 프랑스 정부가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렇게 모두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도입하는 대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시야를 넓혀 세계적으로 비슷한 발전수준을 보여 왔고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를 함께 겪어온 미국과 유럽 양대 선진 경제권을 비교해 볼 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더 큰 미국의 경제회복이 유럽보다 훨씬 빠른 모습을 보이면서 실업률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5% 수준을 모이고 있는 반면, 독일, 영국 등 몇몇 예외적인 나라들을 제외하면 많은 유럽 국가들이 10% 전후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20%까지 올라간 나라들도 있다는 점을 본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은 세계적인 정책 화두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존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장래에 새로운 산업들이 활발하게 태어나는 환경을 만들어 가려면 노동시장의 개혁을 더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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