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면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에서 로봇, 자동화, AI 등이 500만 개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또 로봇과 AI가 ‘제4의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또 사회에 수용될 지를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진보 자체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특정 기술의 경제성, 윤리성, 책임과 권한에 대한 법적 명확성 등과 같은 경제적ㆍ사회적 제약이 기술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의 제2편(Back to the Future II)이 1989년에 개봉되었는데, 1985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30년 이후인 2015년 미래로 시간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였다. 백 투 더 퓨처 제1편의 개봉 30년을 맞은 2015년에 미국 언론들은 제2편에서 예측한 2015년의 모습과 실제 모습을 비교하는 기사들을 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예측한 미래 기술 대부분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고, 어떤 기술은 이미 도태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 (flying car)나 핵융합 기술로 가정용 쓰레기를 전력으로 바꾸는 미스터 퓨전 (Mr. Fusion) 등은 현 시점에서 볼 때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또한 주인공이 즐겨 탔던 공중 부양 호버보드(hoverboard) 대신에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는 초보적 호버보드가 최근 출시되었을 뿐이며, 30년을 젊어지게 만드는 시술 센터 대신에 아직 스파(spa) 시설만 존재한다. 이런 기술이나 제품들이 그 당시 예상과 달리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면, 자동으로 신발끈을 매는 신발이나 주유소에서 일하는 로봇 등은 경제성이 없는 아이디어로 상용화되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한편 영화에서 2015년에는 팩스가 우편 서비스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팩스 자체가 거의 사라진 실정이다.

영화에서 예측한 미래 기술 대부분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영화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 했던 기술들이 2015년 현 시점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 일상을 바꾼 가장 중요한 혁신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1980년대 후반에 예측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미래 기술의 총아로 불쑥 등장한 드론 역시 상상하지 못 한 것이었다.

사실, 기술진보의 불확실성과 경제적ㆍ사회적 제약을 모두 고려하여 20~30년 후의 사회에서 상용화될 기술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런 어려움이 바로 혁신가가 당면하는 불확실성의 근본 원인이다.

모방과 추격형 경제에서 혁신형 경제로 이행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혁신의 불확실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불확실성 하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무엇이 성공할지 누가 성공할지를 선택할 수 없다. 과거 개발도상기의 정부 주도 경제정책에 익숙한 정부와 관료들이 혁신형 경제에서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기옹(Aghion)교수를 비롯한 최근 경제학 연구들은 혁신형 경제의 제도적 전제조건으로 벤처 캐피털을 포함한 자본시장의 발달, 지적재산권 보호, 시장에서의 진입과 퇴출 장벽 제거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의 해소와 편법적 세습 방지, 그리고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 제도의 도입과 같은 근본적 제도혁신이 선행되지 않고는 한국 사회가 혁신형 경제로 이행하기는 어렵다. 이런 제도 개혁 없이, 국가 R&D 예산을 증액하고 정부 주도ㆍ재벌 중심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에 설립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漁)임을 이제 알 때가 되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ㆍ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

박상인 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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