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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유행어 사전] 인공지능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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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유행어 사전] 인공지능의 윤리

입력
2016.03.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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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패를 면하기는 했지만 이세돌의 패배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비록 바둑의 수가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유한한 것이라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겼다. 이쯤 되면, 서봉수 9단이 오래 전에 바둑에 대해서 내린 정의를 다시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바둑은 나무판 위에 돌을 늘어놓는 것이다”

361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보드 위에 돌을 놓는 게임에 관한 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이다. 이세돌이 제4국에서 거둔 승리는 우리로 하여금 잠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알파고의 승리라는 것에 함축된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의 윤리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가져 올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에 관련된 것이다. 이것은 크게 로봇 윤리(roboethics)와 기계 윤리(machine ethics)로 나뉜다. 로봇 윤리란 인공지능 기술의 설계, 생산, 사용 등과 관련된 문제들, 즉 로봇공학에 관련된 문제들이고, 기계 윤리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나 컴퓨터 쪽의 문제들이다. 양자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대중적으로 처음 다룬 이는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다. 그는 1942년의 단편에서 로봇공학의 3원칙을 언급했다. “1.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2.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아시모프의 원칙들은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역설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밝혀졌다. 2009년의 한 실험에서는, 애초에 서로 협력하도록 설계된 로봇들이 서로 거짓말을 하는 결과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 로봇을 전쟁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과 노엄 촘스키 등은 인공지능을 무기에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인공지능 무기의 사용은, 초지능을 갖춘 존재에 의한 인류의 절멸이라는, SF의 단골 소재가 단지 상상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어느 정도 먼 미래, 아무리 빨라도 10년 혹은 대체로는 30, 40년 뒤에나 겪을 문제들이다. 지금 당장 닥치고 있는 문제는 인공지능 기계들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예컨대, 이미 한국일보에 보도되었듯이, 골드만삭스가 이용하는 인공지능 금융분석 로봇 ‘켄쇼(見性)’는 5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하는 작업을 수분 내에 해치우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 때문에 앞으로 10년 내에 금융계의 절반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 우리의 논의 초점이 인공지능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기계의 채용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문제를 가장 체계적이고도 집요하게 고찰한 이는 칼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는 기계 도입에 의한 비용이 해고될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같거나 작을 때, 자본가들은 언제나 기계를 도입한다고 했다. 또, 이 과정은 자본가 개개인의 의도나 의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 간의 경쟁이 유발하는 필연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산업 분야에서 채용되는 특정한 새로운 기술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인 것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되기 전까지, 극히 제한된 자본가들은 특정 기술을 독점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특별 이윤, 즉 특별 잉여가치를 얻을 수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글로벌 독점 자본인 구글의 승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기계 대 인간의 문제, 분산 처리 컴퓨터 시스템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대 정상급 프로 기사의 문제로 보고 마는 것은 너무 안이한 것이다. 사물 인터넷은 인공지능 무기와 그다지 멀지 않다. 둘 다 글로벌 독점 자본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분야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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