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찬가] 22. 지킬 것은 지키자

‘자전거가 잘못이구만’

‘아~ 자전거! 정말 짜증나거든… 건강 지키는 것은 좋은데 왜 다른 사람을 방해하냐고…’

‘확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지난 11일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에 보복 운전을 벌인 승합차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는 자전거에까지 보복 운전을 하는 후진적 교통문화를 지적하고 있지만 4,000개가 넘게 달린 댓글은 대부분 지정차로를 지키지 않은 자전거를 비난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보복 운전에 대한 비판보다 자동차 영역을 침범한 자전거에 대한 가혹한 심판이 이어진 것이다. 자전거를 ‘공공의 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자전거 사고는 작은 충격만으로도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균형을 잃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자전거와 사고가 날 경우 인명피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인지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우다. 규정을 지키며 안전하게 운행하는 자전거를 향해 불필요하게 경적을 울리고 거리를 좁히며 위협하는 자동차 운전자도 적지 않다. 자전거를 발견했을 때 속도를 줄이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거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추월하는 등 서로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려는커녕 혐오가 판친다.

로드 자전거와 중형 SUV 크기를 비교한 모습. 자동차로부터 작은 충격을 받아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는 약자다.

자전거 혐오가 난무하는 교통문화를 보면 ‘자전거 인구 1,200만 시대’라는 말은 거짓말처럼 들린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얘기인데, 보호나 배려의 목소리는 크지 않은 탓이다. 자전거 이용은 장려하면서 안전 운행에 필요한 기반을 만들고 바른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정부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교통문화가 자동차 위주로 형성되다 보니 자전거의 입장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자동차가 도로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많은 운전자의 의식을 한 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남의 보호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전거 이용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챙기는 것이 최선이다. 자전거인들 스스로 격을 높이지 못하면서 존중 받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한 운행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1. 신호 지키기

기본 중 기본이다. 신호체계, 교통흐름을 잘 안다고 해서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특히 교차로 주황신호에서는 무리하게 진입해선 안 된다. 자전거가 교차로를 통과하기도 전에 다른 방향 신호가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해할 가능성도 높다.

2. 지정차로 지키기

서울 중구 국립극장교차로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편도 3차로 중 1차로에서 좌회전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도로 가장자리 차로로 통행하게 돼 있다. 자동차 흐름에 맞춰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상위차로로 운행해서는 안 된다. 좌회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진 신호를 두 차례 받아 통행하도록 해야 한다.

3. 적극적으로 수신호하기

법으로 정해진 수신호는 없다. 급제동 상황에 대비해 뒷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도록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고 왼손으로 수신호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 주변 운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 수 없는 점은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 매우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방향을 전환하거나 멈추는 등 움직임을 바꿔야 할 경우 미리 적극적인 수신호를 통해 주변 운전자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실력 과시용 운행 하지 않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종종 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 자동차를 추월하는 등 위험천만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 자동차 운전자들 가운데는 자전거의 운동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운전자의 예측을 벗어난 움직임은 사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5. 야간 운행시 반드시 후미등 사용하기

서울 성북구 정릉로에서 한 시민이 후미등을 장착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후미등이 있어야 자동차 운전자가 이를 인식해 자전거를 보호할 수 있다.

야간에 다른 차들이 자전거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후미등은 필수다. 자동차의 전조등이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에 자전거가 위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빛을 내는 후미등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존재를 알려야 보호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6. 역주행하지 않기

전남 여수의 한 전통시장 앞에서 자전거 이용자가 역주행 하고 있다.

자전거의 편의만 고려한 역주행 또한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 마주 오는 차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은, 사고에 대처할 시간이 줄어들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없다.

7. 음주 라이딩 하지 않기

한강시민공원에서 음주 후 자전거를 타던 한 시민이 넘어진 후 부축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술 한두 잔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가벼운 음주라도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균형감각도 떨어뜨린다. 당연히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다 적발되면 최대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안전을 위해 법규를 준수하는 데는 누가 먼저랄 것이 없다.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도로에서 의무를 다하면 도로의 주인 중 하나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 스스로 안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전거에 대한 인식 변화 → 자전거 이용자 증가 → 이용 환경 개선 → 안전 확보 → 자전거 이용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바로 실천하자.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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