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한국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자회사가 개발한 인공 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100만달러를 내걸고 5번기 승부를 시작한다. 굳이 토를 달자면, 한국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이 일본식 이름의 게임을 중국 룰에 따라서 미국 독점 자본이 만든 인공 지능 기계와 하게 된 것이다.

이세돌의 ‘돌(乭)’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인 반면에, ‘알파고(AlphaGo)’의 ‘고’는 바둑을 뜻하는 한자 기(棋) 혹은 기(碁)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따른 영어다. 바둑이란 뜻으로서의 go는 1890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파고는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해 실행되며 그 서버는 미국에 있다.

가로세로가 19줄인 바둑은 경우의 수가 이론적으로 361팩토리얼(361×360×...2×1)보다 훨씬 더 많다. 그 수는 ‘1.43 × 10의 768승’인데, 바둑은 이미 한번 돌이 놓였던 자리에 다시 돌을 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우주류가 아닌 한, 또 초반부터 축 머리를 두지 않는 한, 초반의 착점은 대개 귀와 변에 한정되며, 판을 마칠 때에도 바둑판을 다 메우는 경우는 없다. 또 두어진 수에 대해서 해설하는 프로 기사들이 예상하는 적절한 대응 수는 많아야 대여섯 가지 정도고 열 가지가 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정석, 행마, 정수, 맥점, 묘수, 승착, 호착, 응수타진 수 등의 착점은, 완착, 실착, 패착 등과 더불어서, 결국 일정한 수자 안에서 정해진다.

그러니 실제로 361팩토리얼보다는 분명히 작다. 하지만 그래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크다. 한 번에 선택할 수 있는 수를 평균 4로 치고, 이것이 150회 계속 된다고 치면, 경우의 수는 4의 150승이 된다. 이 수는 ‘2.03 × 10의 90승’이다.

우주 전체의 원자 수가, 관찰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대략 10의 78승에서 82승 사이라고 하니, 위의 경우의 수들은 모두 우주의 원자 수보다도 많은 것이다. 참고로, 3의 150승은 ‘3.69 × 10의 71승’이다. 이제야 겨우 우주의 원자 수보다 작아졌다.

바둑에는 종종 필연적인 수순이라든가 기세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또한 끝내기 단계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좁은 의미의 계산만으로도 수순이 정해진다. 그러니 실제 경우의 수는 그것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바둑의 경우는 아무튼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그 모든 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의 여러 접근법 중에서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과 ‘트리 순회’를 사용한다고 한다. 컴퓨터 사이언스에 무지한 나로서는 이게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건 알파고가 인간으로 치면 바둑을 1,000년 쯤 학습한 정도라는 것, 즉 16만개의 기보에서 3,000만개의 수를 가져 와서 스스로 학습했다는 것, 또 이러한 학습 성과에 바탕을 두고, 최적의 수를 찾거나 찾은 수의 승패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경우를 일일이 확인해서 평가하지 않고 정해진 횟수 이내에서 랜덤하게 탐색을 한 다음에 통계적, 확률적으로 가장 이득이 큰 경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상대 선수가 생각하고 있을 때에도 30초당 약 10만, 2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바둑 팬이니, 이세돌이 5:0으로 이기기를 바란다.

지난 1월 조훈현·서봉수·이창호 등 5인이 펼치는 리그전에서 유창혁과의 대국에서 조치훈은 시간패를 당했다. 두 사람 모두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치훈이 둘 차례에서 갑자기 조치훈의 머리에서 땀이 흘러 바둑판 위로 떨어졌고 조치훈은 황급히 자신의 손수건으로 땀 묻은 바둑돌과 바둑판을 닦다가 시간패를 당한 것이다. 알파고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까지의 인공 지능은 대개 단일한 기능만을 수행한다. 인간의 매우 복합적이고 유연한 지적 능력은 생물학적 육체와 감각, 또 여기서 진화한 감정과 정서를 유기적 토대로 한다. 인공 지능이란 말은 치매란 말만큼이나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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