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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男" 알파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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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男" 알파걸의 눈물

입력
2016.03.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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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의 비애. 게티이미지뱅크
알파걸의 비애.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에서 인턴을 했는데, 남자 6명, 여자 4명이었어요. 최종 50%만 정규직 전환인데, 결국 남자 4명에 여자 1명이 되더군요. 어디에 면접을 가도 여자는 구색 맞추기용이에요. 남성은 남성인 게 스펙인 거죠.”(28세 여성, 공기업 정규직)

#“입사 후 연수 끝내고 처음 부서에 들어왔는데 옆 팀 차장이 “우리 회사는 여자가 승진이 안 된다. 알고 시작해라” 하는 거예요. 다음 달 회식에선 부장이 “원래는 남직원을 원했는데 네가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여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면서요.”(25세 여성, 대기업 정규직)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10월 주최한 20ㆍ30대 여성들의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여성노동활동가인 류형림씨가 소개한 인터뷰 사례들이다. 학벌부터 성형수술까지 ‘취업 9종 세트’가 필수라는 노동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 여성에게는 ‘남성’이라는 불가능한 스펙이 요구된다는 호소다.

국가고시를 휩쓰는 여풍(女風)과 알파걸 담론이 불러일으킨 착시는 고용불안정과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루저들의 변명으로 일축하고, 고학력 여성들은 거의 유일하게 공정한 제도인 국가고시에 더더욱 매진한다. 지난해 여성의 국가 5급 공채시험(옛 행정고시) 합격률 48.2%, 사법고시 38.6%,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64.9%, 7급 공무원 37.4%라는 수치는 성차별 해소의 결실이라기보다 성차별이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은 38.7%로 남성 62.3%에 한참 못 미친다. 노동시장 진입이 남성보다 2년 가량 빠른 20대에 52.1%였던 정규직 비율은 30대가 되면 34.2%로 급감한다. 한국은 OECD 남녀 임금격차 부동의 세계 1위, 여성 등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 막힌다는 의미의 유리천장지수 세계 1위 국가다. 류씨는 “여성의 당초 몫이 작기 때문에 여성끼리 경쟁은 더 심해지고, 괜찮은 일자리를 원한다면 그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며 “차별 없는 채용이 가능하도록 평등이력서 사용과 채용자 성별비율 공시제를 연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08년 전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다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이 날을 앞두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5일 오후 1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제32회 한국여성대회’를 열고 종로 일대에서 행진한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을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된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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