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식으로 개명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귀화하지 않았고 개명도 안 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기가 별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봉사 및 국제교류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에 가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한국 여권이 아닌 다른 나라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비자 받는 것부터 번거로움이 생긴다. ‘너는 왜 한국에 있나’ ‘너는 누구냐’는 식의 질문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출입국을 할 때도 외국인 전용창구를 통과해야 한다. 제3국에 입국할 때는 내가 한국인들과 함께 있고 한국어를 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후 입국 심사가 길어진다. 한국에서 같이 활동한 사람들도 내가 당연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생각하다, 아닌 것을 알게 되면 왜 귀화를 안 했는지를 물어본다.

초기 한국의 결혼이민자들은 자동적으로 귀화했다고 한다. 이후 국제결혼이 많아지고 법이 바뀌면서 결혼이민자에게 국적 선택의 자유가 부여됐다. 그런데 한동안 국제결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불거지며 귀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때문에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한 결혼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적 취득을 하지 않았다.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남은 인생을 한국에서 살아갈 운명이다. 한국적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졌고, 어딜 가나 한국과 비교를 해 장단점을 찾고, 심지어 이틀 정도만 다른 나라 음식을 먹으면 된장찌개를 먹고픈 생각이 든다. 이런 내가 누군지 나도 가끔 궁금하긴 하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도 내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이고 가족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국적을 취득한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두 명과 몽골에서 온 일행과 함께 일본에 갈 일이 있었다. 일본에 입국할 때 한국에 왜 사는지에 대한 심사를 10분 동안 받았고, 몽골 사람이 왜 한국어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빴다. 일본에 사는 몽골 사람들이 일본어를 잘 하기 때문에 그런지 내가 한국어를 쓰는 것을 별로 반가워하지가 않는 듯 했다. 일정 중에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내 고향 몽골 보다 한국이 더 그리웠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가는 날에는 실망이 컸다. 몽골 팀은 일정을 마치고 몽골로 돌아갔고, 한국에서 온 두 명과 함께 입국하게 됐다. 우리는 예약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고, 일행 중 한 명이 다리를 다쳐 좀더 일찍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비행기에 자리가 나면 먼저 태워달라고 요청했는데 한국 국적을 가진 두 명만 먼저 탈 수 있었다. ‘나는 늦게 가도 된다’고 말하며 일행을 먼저 보낸 후 왠지 마음이 쓸쓸해졌다. 5박 6일 동안의 출장에 지친 상태로 하루 종일 공항의자에 앉아 잠을 자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신분인 나는 외국인 입국신고 통로에서 2시간 동안 줄을 서 대기한 후 간신히 입국 심사를 마쳤다.

파김치가 된 상태로 집에 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기다리자니 가족에게 공항에 마중 나오지 말라고 한 말이 후회가 됐다. 또 다시 ‘너는 누구냐’ 란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눈물을 삼키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타인으로부터 “너는 누구냐”란 질문을 수없이 들어봤지만 나에게 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를 비롯해 국적 취득을 못한 결혼이민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게 됐다.

꼭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대접을 받고 잘 살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사는 사회를 사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노력하며 배려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해답을 며칠 후에 스스로 찾았다. 그래도 사랑해요 대한민국.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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