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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장성택, 김정일 사후 위험 감지 못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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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장성택, 김정일 사후 위험 감지 못해 안타까워”

입력
2016.03.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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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독자들과 만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최고 권력의 문턱을 위태롭게 오간 북한 신정(神政)의 데릴사위”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독자들과 만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최고 권력의 문턱을 위태롭게 오간 북한 신정(神政)의 데릴사위”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분단 상황 속에서 자기 이야기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인물들을 생각하면 참 애처로워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정의(不正義)가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하는 것 아니겠어요.”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북한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를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독자들과 만나 “변호인도, 법정 진술도 없이 정치권력에 의해 처형 당한 장성택이나 타지에서 비참하게 죽은 북한 테러리스트 강민철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책으로라도 살려놔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쓰던 논문, 학술서가 아닌 특이한 책을 두 권이나 썼다”고 말했다.

DJ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제1차장,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한 그는 최근 ‘장성택의 길, 신정의 불온한 경계인’(알마)을 펴냈다. 앞서 2013년에는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창비)를 통해 자살용 수류탄인 줄도 모르고 받은 탄을 들고 미얀마 아웅산 테러에 나섰던 강민철 대위의 성장 과정, 테러 전후 비화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라 교수는 “강민철의 경우 자살용 수류탄을 터뜨렸다 왼팔을 잃고 붙잡혀 조사에 상당히 협조했고, 20여 년을 미얀마 감옥에서 남과 북으로부터 모두 방치된 채 복역하다 비참하게 죽어갔다”며 “민족 개념을 그리 강조하는 우리나라가 왜 이 젊은이 하나를 빼오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국가권력을 사유하고 있는 북한 신정(神政)의 데릴사위로 최고 권력의 문턱에 서 있다 변론도 남기지 못한 채 처형된 장성택도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라며 “체제의 특권을 누리고도 그 중심에 온전히 빠져들어갈 수 없는 경계인”으로 정의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 이후 가장 두려움을 느꼈어야 할 장성택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대목이 안타깝다고 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안전감, 자기가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잦은 해외 방문으로 북한 체제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가 만일 다른 방식으로 일을 도모했더라면 고르바초프, 덩샤오핑 같은 개혁 성향을 발휘해 북한 정세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 거에요.”

라 교수는 또 장성택 등 잇단 측근 처형이 북한 정권 불안정의 방증이라고 봤다. 권력 승계가 납득 가능한 룰로 되지 않다 보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폭군’형 숙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김정일 시대에도 숙청은 많았지만 이는 대부분 특정한 혐의를 씌우거나 부풀려 세간의 불만을 없애기 위함이었다”며 “요즘 같이 측근을 140여명이나 숙청했다고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김 위원장이 적과 동지를 분별할 수 없어 불안해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즉흥적인 예술가 기질을 발휘하는 김정일과, 남한에서 태어났다면 CEO가 됐을 법한 장성택의 파트너십이 꽤 잘 맞았죠. 소위 ‘위대한 수령’의 뜻을 꺾을 유일한 사람인 김경희와 장성택의 로맨스만 해도 참 소재가 많아요. 북한 신정의 데릴사위 장성택. 앞으로도 누군가 장성택이라는 인물을 더 연구하고 책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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