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정의 뉴욕에서 밥 먹기]

'코리아타운' 공동 저자 맷 로드바드(왼쪽) 칼럼니스트와 홍득기(오른쪽) 셰프, 사회를 맡은 앤드류 놀튼 본아페티 부편집장이 책 사인회 후 버터만두와 막걸리를 독자들에게 서빙하던 중 포즈를 취했다. 김신정 제공

지난달 18일 저녁 뉴욕 브루클린의 유명한 동네서점 북코트(Book Court).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새로 나온 요리책 ‘코리아타운 (Koreatown)’ 때문이다. 음식 칼럼니스트 맷 로드바드와 홍득기 셰프가 함께 쓴 이 책의 사인회가 유명 요리매거진 본아페티(Bon Apetit) 의 부편집장 앤드류 놀튼의 진행으로 열린 것이다.

‘강호동 백정’ 맨해튼 지점을 맡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홍득기 셰프는 올 초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젊은 리더’ 중 요리 부문에 이름을 올린 요리사다. 단순한 한식 팬이라고 하기엔 그 지식이 너무도 깊은 로드바드는 미국 유명 매거진 맨스저널, 타임아웃 뉴욕, 본아페티, 푸드 리퍼블릭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들이2년간 미국 곳곳의 한인타운을 답사하고 쓴 이 책은 지난달 중순 출간되자마자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아시안 요리 관련 서적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책을 요즘 가장 인기 있고 트렌디한 한식 요리책이라고만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은 미국 곳곳의 한인타운을 조명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그 구성원들에 대한 오마주다. 한식을 사랑하는 두 저자는 많은 동포들이 한인타운의 한식당에 대해 느끼는 애증의 감정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홍 셰프는 교포들의 한식당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나열했다. 비싼 가격, 필요 이상의 화학조미료 사용, ‘어디서 먹든 우리 엄마가 만들어 준 것보다 맛이 없는 음식’ 등 많은 이들이 한식당에 대해 한 번쯤 토로했거나 들었을 만한 불평을 얘기했다. 어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들은 당황함을 겸연쩍은 미소로 대신한다. 그러나 두 저자는 한인타운 한식당의 이면을 확고히 인지하고 있었다. 젊은 동포들의 부모 세대가 낮은 이윤과 높은 물가에 맞서 힘겹게 이끌어 가고 있는 생존의 현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2012년 뉴욕의 한식당 가이드 프로젝트로 처음 만난 저자들은 한식의 전통에 깊은 사랑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정통성에 자신들을 가두지 않는다. 홍 셰프는 한식당 어디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김치, 반찬 종류부터 골뱅이무침, 닭강정 같은 안주류 등 한국인에게 사랑 받는 음식을 작은 아파트 부엌에서 작업하며 쓴 레시피들로 소개하고 있다. “내 아파트 부엌에서 만들고 테스트한 레시피들이니 미국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요즘 감자탕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로드바드는 정작 요리책에서는 갈비찜을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요리로 추천한다. 그는 가장 쉽게 맛있는 갈비찜을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국 가정집에 흔히 있는 슬로 쿠커를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모든 재료를 슬로 쿠커에 넣어놓으면 저녁에 귀가했을 때 한식당의 향기가 온 집안에 퍼져 있죠”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홍 셰프가 누구든 시도해서 성공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의 맛을 집에서 맛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로드바드는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알고 넘어가는 부분들을 평범한 미국 사람 시각으로 보고 설명했다. 100여가지 레시피 사이사이, 한식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모 (emo)’라는 말의 의미, 미국 중부 막걸리 양조업자 이야기 등이 몇 십 년간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각 지역 한인타운의 실제 모습과 함께 소개돼 있다. 저자들은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등 각 지역 한인타운에서 한식에 열정을 쏟아온 이민 1세대와 이를 이어 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동포 2세들의 노력을 책 중간중간에 인터뷰 등의 형식으로 짤막하게 묘사해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사인회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80여명이 한식당에서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뉴,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당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을 포함, 한식에 연관된 난제들과 한식의 인기와 함께 바뀌고 있는 젊은 동포 셰프들의 진로 등도 토론했다. 한식이란 우리 모두에게 같은 이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국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가족에 따라 그 맛과 추억이 각기 다르다. 어떤 한인 동포는 엄마 손맛이 아닌 한식을 매섭게 비판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참신한 한식의 맛을 지지한다. 미국 한인타운의 한식당을 한국 정통 한식의 아류로 치부하지 않고, 2년 간 발로 뛰며 젊은 감각으로 유쾌하게 역사로 기록해준 두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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