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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사드 실종 사건

입력
2016.0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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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드 줄다리기는 군사 패권 경쟁

우리 국토에 배치되는데 주도권 뺏겨

감정대응, 전략부재 박근혜 외교 실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과의 사드 배치 협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과의 사드 배치 협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사드 한반도 배치가 미국의 MD(missile defense) 편입과 무관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말장난에 가깝다. 적의 탄도미사일을 미사일이나 레이저로 요격하는 개념이 MD고, 사드는 MD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 MD는 적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첩보위성과 레이더 등 센서와 패트리엇, 사드, SM3 등 요격미사일로 구성돼있다. 이중 사드의 레이더(AN/TPY-2)는 3,000km까지 탐지가 가능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MD와 사드의 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사드 줄다리기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국에게 MD는 좀 과장해 표현하면 신앙과도 같은 존재다. 1950년대 소련과의 핵미사일 경쟁이 시작된 이후 잠시도 포기한 적이 없다. 아이젠하워 정부부터 지금의 오바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진행돼온 미국의 핵심전략이다. MD 구축을 금지한 1972년 미ㆍ소 간의 ABM(Anti Ballistic Missile) 조약을 먼저 파기한 것도 미국이다.

MD에 대한 미국의 집착은 MD가 방어용 무기지만 실상은 가장 무서운 공격무기라는 데 이유가 있다. 가장 강력한 방패는 상대방의 창을 무력화해 자신이 휘두르는 창의 공격력을 배가시킨다. 핵전쟁에서 ‘상호확증파괴’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묘약인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MD와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까닭이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MD가 미ㆍ중 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라는 것을 숨기지는 않는다. 오마바 정부가 해ㆍ공군력의 60%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집중시키는 ‘재균형 전략’은 대중국 봉쇄 및 포위 선언이나 다름없다. MD가 재균형 전략의 핵심적 무기체계임을 감안하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중국은 국방백서에서 미국의 MD를 자국에 대한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런 점에서 지근거리인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돼 중국의 탄도미사일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것을 좌시할 리가 없다. 대만과의 양안사태나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긴장 사태가 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예상되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MD와 사드는 중국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미ㆍ중 사드 협상의 이면에는 초강대국간의 군사 패권 경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사드 한반도 배치가 공론화한 것은 2014년 5월이다. 미국 합참차장이 “사드를 괌 이외 아태지역 다른 곳에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이 처음이다. 이어 연일 미국 관계자들이 불을 지폈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 3노(NO) 정책(요청, 협의, 결정 없음)을 고수했고, 결국 몇 달 만에 미국 국무부가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가 없다”며 물러서 일단락됐다.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 연합뉴스

1년 반 만에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진 원인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다. 하지만 기술력에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이 3노 정책을 팽개치고 미국과 사드 배치 협의를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 순수한 북핵과 미사일 대응 차원이라고 했지만 한반도 지형적 특성상 사드가 효과적인 방어체계가 아니라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미ㆍ중 간에 진행되는 사드 협의를 보면 우리 정부의 모순이 드러난다. “중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 동참 유인에 일정한 효과를 봤다”는 당국자들의 주장은 자위적 조치라는 설명과 배치되고, 사드 배치 유보 기류는 당장이라도 들여올 것처럼 했던 장담을 머쓱하게 한다.

사드가 우리 국토에 배치되는 거라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과 전략적 사고 부재로 국익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야 할 카드가 거꾸로 미ㆍ중 간 거래 수단이 돼버렸다. 2014년처럼 모호 전략을 구사하면서 반발하는 중국과 밀어붙이는 미국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어야 했다. 무턱대고 사드 배치에 올인한 우리 정부는 게도 구럭도 잃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두말 할 것도 없는 박근혜 외교의 실패다.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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