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수줍지만 힘센 나무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들도 새처럼 날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대지에 붙들려 있습니다. 나무들도 높은 목소리로 밤마다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하늘의 달처럼 대지에서 풀려나 높이 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옛사랑에 붙들린 가슴처럼 어떤 체념과 갈망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 삶의 창살을 흔들어 댑니다.

나무들이 푸른 가지로 자유롭게 하늘의 끝까지 뻗어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나무는 한 곳에 붙박인 채 몸을 뒤트는 힘으로 봄마다 1㎝씩 자라고 숲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밀란 쿤데라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시인이 된다는 것은/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행동의 끝까지/희망의 끝까지/열정의 끝까지/절망의 끝까지”(‘시인이 된다는 것은’) 오늘로 저는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아, 끝까지 가보기 전인데, 몸에 살짝 탈이 났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과의 아침은 늘 행복했어요.

서운한 마음으로 베알뤼의 시를 읽으며 깨닫습니다. 수줍으나 힘센 나무들은 끝까지 가보려고 천천히 자라난다는 것을요. 또 제 곁에는 다른 나무가 있다는 것도요. 그런 한 그루 나무를 닮은 시인, 수줍으나 힘센 시인님이 여러분들 곁을 찾아갈 겁니다. 여러분의 아침을 시로 열며 시의 숲을 한 뼘씩 넓혀가 주실 거예요. 시의 아름다움이 이 세상의 끝에 닿을 때까지 우리 모두 나무처럼 튼튼하기로 해요! <끝>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오늘로 진은영 시인의 ‘아침을 여는 시’ 연재를 마칩니다. 3월 4일부터는 이원 시인의 글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