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네센스키는 구소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특히 시 낭독을 멋지게 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러시아에서는 시인이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인 저녁 정규뉴스 후에 출연하여 시를 낭독할 만큼 낭독 문화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3월이면 보름에 걸쳐 ‘시인들의 봄’ 축제가 열립니다. 100여 개의 도시와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여 시를 읽고 누군가의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는 시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 나라들만큼 낭독회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소중한 낭독회가 하나 있습니다. 세월호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304낭독회’입니다. 이번 2월 27일 토요일에는 ‘우리 모두가 일어설 봄날이 옵니다’라는 제목으로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오후 4시 16분에 낭독회(☞ 바로가기)가 있습니다.

시인 폴 엘뤼아르는 시를 두고 “타인에게로 향하는 가장 짧은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짧은 길,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누군가의 아픔에 다가가는 가장 빠른 길. 토요일 그곳에 모여 그 길을 함께 느껴 보았으면 좋겠어요. 희생자들을 어린 들장미처럼, 내 어깨 위에 다정히 내려앉은 작은 나뭇잎처럼 생생하게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슬픔을 기억한다면 더 없이 좋겠어요.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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