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화에는 주인공이 잘못된 호명으로 이상한 요정들을 불러내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주문의 첫 자나 마지막 자를 잘못 발음하는 바람에 뭔가가 나타나긴 했는데 원했던 요정은 아닌 거죠. 시인도 비슷한 상황인가 봐요. 사랑하는 이를 불렀는데 엉뚱한 존재가 곁에 있어요. 한송이의 눈이 따듯한 손바닥에 떨어져 녹아버리기까지 그것이 하나의 이름, 하나의 얼굴이라는 것을 모른 채 난폭하게 다 쓸어버리는 존재라니, 절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일 리가 없죠. 내가 사랑한 이는 고요히 달콤한 불빛의 연안을 선물했던 사람. 처음에 그는 분명 그랬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하지만 그의 탓만은 아니에요. 내가 당신에게서 잘못 불러냈어요. 선한 천사 대신 다른 것의 이름으로.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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