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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언제부터 코난 팬이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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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언제부터 코난 팬이 많았지?

입력
2016.02.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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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코난 오브라이언이 마중나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코난 오브라이언이 마중나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인천공항에서 마중 나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코난 오브라이언. 뉴시스
14일 인천공항에서 마중 나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코난 오브라이언. 뉴시스

미국 케이블 방송국 TBS의 유명 토크쇼인 ‘코난쇼’의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53)의 방한이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지난 14일 코난쇼의 한국편 촬영을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는 그를 환영하기 위해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 엑소 입국 때만큼 팬들이 몰렸다”고 전했고 현장의 팬들은 아프리카TV로 입국장면을 생중계할 정도였다.

코난의 뜨거운 인기에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브라이언은 NBC 방송국에서 1993년부터 ‘레이트 나이트 쇼’를, 2009년부터는 ‘투나잇쇼’등 미국의 정통파 토크쇼를 맡은 저명한 진행자였지만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국내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난은 50대의 관록 있는 진행자인데 공항을 가득 메운 팬 중에는 10~20대 젊은 팬들이 다수 포함됐다. 오브라이언을 16년간 NBC 심야프로그램 간판 진행자로 알던 사람들은 “언제부터 한국에서 코난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지?”하는 반응이다.

한국에서 코난의 뜨거운 인기 비결, ‘기승전결’로 정리했다.

기: 갑작스럽게 전해진 내한 소식

1. 오브라이언의 내한 소식은 지난 4일 평소 코난쇼의 유튜브 영상을 번역해 게시하던 블로거의 공지로 알려졌다. 코난쇼의 서울 촬영이 확정됐으며 한국의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 이 글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측은 한국에 코난쇼가 방영되지 않는데 팬들이 좋아해주는 사실이 놀랍고 고맙다고 전했다.

2. 예상치 못한 내한 소식에 팬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던 중 코난쇼에서 정식으로 한국행의 이유를 밝히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써니 리’라는 한국의 고3 학생이 수능 공부를 하는 대신에 유튜브에서 코난쇼를 열심히 보고 있다며 OMR 카드에 한국어와 영어로 쓴 팬레터와 함께 한국 과자 한 박스를 코난쇼로 보낸 것. 오브라이언은 편지와 선물에 감사표시를 하며 직접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써니 리는 오브라이언의 팬카페에 전한 글에서 “지난해 8월 중순 즈음 소포를 보냈다. 소포를 보내는 순간까지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승: 10대가 사랑하는 50대 ‘코난’

1. 한국팬들에게 ‘코난’이란 이름을 각인시킨 건 단연 찜질방 체험 영상이다. 미국 드라마인 ‘워킹데드’에 출연하는 한국계 배우 스티브 연과 함께 한 코리아타운 찜질방 체험에서 오브라이언은 생소한 문화에 어색해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사우나와 때밀기까지 모든 체험을 소화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2. 찜질방 영상처럼 코난쇼는 스튜디오에서 초대 손님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기존 토크쇼들과 달리 오브라이언의 적극적인 체험이 주를 이룬다. 50대 중년 남성인 그가 세대나 환경이 전혀 다른 낯선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다. 어색한 상황, 낯선 환경에서 그는 세련되게 감정을 조절하기보다는 불편한 긴장을 과장되게 드러내 버리면서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들을 폭소하게 만든다. 게임에 문외한인 그와 코난쇼의 스태프이자 게임 마니아인 애런 블레이트(이번에 함께 내한했다)가 함께 진행하는 ‘클루리스 게이머’는 코난쇼의 고정 코너 중 하나로 한국 팬들에게는 ‘노답게이머’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토크쇼 진행자로는 처음으로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인 SDCC 코믹콘에서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10~2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중문화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쇼에 녹여 젊은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3. 이는 오브라이언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SNS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 팬들이 보내준 영상과 이에 대한 화답으로 꾸미는 ‘팬 코렉션’이 대표적이다. 그는 수많은 스태프를 거느린 쇼의 중심이지만 오히려 이들을 못살게 구는 상사 캐릭터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협력 프로듀서인 조던 슐랜스키와 비서인 소냐(역시 함께 내한했다)역시 코난쇼의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코믹북에서 여성 슈퍼히어로들조차 성적 대상으로 다루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글 자막이 달린 2011년 오브라이언의 다트머스 대학 졸업 축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따뜻하고 현실적인 위로와 공감을 주며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 전세계 코난팬 양성 일등공신, 유튜브

1. 이러한 오브라이언의 진면목이 한국에 닿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유튜브다. 16년간 공중파 NBC에서 정통 토크쇼를 진행하던 그는 2010년 고향을 떠나 케이블 TBS에 정착했다. (전후 사정) 이 사이 그는 SNS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코난쇼의 영상 클립들은 3~7분대로 편집돼 공식 유튜브 계정에 게시되는데, 지금까지 36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2. 코난쇼는 미국 팬들 뿐만 아니라 유튜브로 코난쇼를 새로 접한 전세계 수많은 팬들과도 교류했다. 지난해 아르메니아에서 촬영이 이뤄진 코난쇼에서는 오브라이언이 10대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오브라이언이 머물던 호텔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시리아 난민 청소년들은 3년 전 전쟁을 피해 시리아에서 탈출해 대피소에서 지내는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들이 이 시절 코난쇼를 본 창구도 역시 유튜브였다. 오브라이언은 인터뷰에서 이 만남을 회상하며 “유튜브로 내 쇼를 좋아해주는 시리아 난민들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들 중 하나” 라며 “마법 같은 일이다. 나는 정말로 인터넷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3. 코난쇼가 한국에서 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글 자막 동영상의 확산이 한몫 했다. 유튜브에 게시된 코난쇼 클립들 중 일부는 열정적인 팬들에 의해 한글로 번역됐고, 자막이 달려 다시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등으로 전파됐다. 자막이 달린 영상들도 적게는 수천건에서 많게는 100만건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물론 저작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한글 번역 동영상 클립들이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다. 하지만 어떤 동영상들은 수년이 지나도 살아남아 마니아층을 확산하는데 기여한다.

4. 이를 도운 것이 유튜브의 콘텐츠 처리 방침이다. 유튜브에서는 게시되는 모든 콘텐츠를 스캔하고 원본 동영상과의 대조작업을 거친다. 이후 원 저작권자에게 기존 저작물의 요소를 일부, 혹은 전체적으로 포함하는 영상들에 대해 보고하고 저작권자가 이들 영상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도록 한다. 원 저작권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들에 대해 ▦공유금지(차단) ▦추적 ▦광고 수익화라는 세 가지 옵션 중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코난쇼는 한글 자막이 달린 코난쇼 동영상 클립에 대해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면서도, 일부에 대해서는 차단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15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 사진. 코난은 비닐봉지에 든 낙지와 찍은 사진과 함께 “애완 문어를 샀다”, “이름은 사무엘로 지었다”고 썼다. 코난 오브라이언 인스타그램 뉴시스
코난 오브라이언이 15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 사진. 코난은 비닐봉지에 든 낙지와 찍은 사진과 함께 “애완 문어를 샀다”, “이름은 사무엘로 지었다”고 썼다. 코난 오브라이언 인스타그램 뉴시스

결: ‘유튜브 스타’ 코난 내한이 알려주는 것

1. 내한 이후 오브라이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그의 내한 일정은 또다시 이야깃거리를 생산하며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그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 낙지에 ‘사무엘’이란 이름을 붙이고 미국에 가져간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사보기) 판이 커지자 기존 방송국들도 가세했다. 오브라이언은 한국의 TV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기사보기)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과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코난’의 내한을 둘러싼 관심은 젊은 세대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국어 장벽도 극복하는 길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많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국가의 자막을 달고 게시돼 있다. 정식으로 콘텐츠를 수출하기 전에 이미 전세계 팬들 사이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는 자동자막 생성과 번역 기능을 계속 향상해 나가고 있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코난은 지상파 스타가 아닌 유튜브 스타로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열광 속에 한국에 당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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