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학, 헛도는 정상화] 충암고 졸업생이 전한 ‘악몽의 학교생활’

급식 비리 등 각종 비리로 얼룩진 충암고를 졸업하는 유효준군은 자신의 고교시절을 우울하게 기억한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급식이 한 끼 4,500원이었지만 1,000원 내고 먹기에도 아까웠습니다. 기름에 튀긴 반찬은 늘 역한 냄새로 먹기 어려웠죠. 작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식용유를 재탕 삼탕해 재료 단가를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점심을 밖에서 먹는 친구들이 늘어나자, 학교는 한달 간 교문을 잠근 채 강제로 학교 급식을 먹게 했습니다.”

최근 서울 은평구의 충암고를 졸업한 유효준(18)군은 지난해 10월 급식 비리로 세상에 알려진 자신의 모교를 떠올리면 한숨만 나온다. 학교를 운영하는 충암학원 임원진이 식자재를 빼돌리고 대금을 가로채는 등 4억원이 넘는 공금을 횡령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를 덮기에 급급했던 학교측 반응은 더욱 암울했다. 열악한 학교시설은 악몽이었다. 유군이 입학했을 때부터 교실은 건물붕괴가 우려되는 안전등급 최하위(E등급)였다. 2년 전 공사비 횡령 등 재단 비리가 적발된 뒤 당국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재단은 아무 조치가 없었고 시교육청이 환경개선사업비 감축 등 추가 징계를 내리며 상황은 악화됐다.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학생 동문 교수들이 지난 달 31일 청주시내에서 김윤배 이사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청주대비대위 제공

“지역 명문사학이 설립자 후손의 손에 망가지고 있습니다. 적립금이 3,000억원에 달했지만, 학생들은 노후 기자재로 실험하다 부상을 입거나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교양과목을 듣는 일이 허다했죠. 교비는 재단 임원들의 쌈짓돈과 다름 없었습니다.”

박명원(24) 청주대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학교재단 청석학원의 김윤배 이사 체제에 맞선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김 이사는 학교 총장(2001~14년)으로 재직하는 동안 직전 총장인 부친 김준철의 장례비용으로 교비 1억4,000만원을 지출하고 학교회계 수입으로 잡아야 할 기부금 6억7,500만원을 법인계좌로 받는 등 학교재정에 손해를 끼쳤다. 학사운영이 부실해진 학교는 결국 2014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추락했고, 작년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학교의 비리를 묵과할 수 없었던 박씨는 총동문회 교수회 노동조합 등 학내구성원들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주도하며 싸움의 전면에 나섰다. 이사진 전원 사퇴,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없앤 사회학과 복과를 요구하며 15일 간 단식농성도 벌였다. 그러나 비대위가 꾸려진 지 500일이 넘은 현재까지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그를 더욱 서글프게 한 것은 ‘비대위 탈퇴 시 교직원에 채용해주겠다’던 학교의 회유였다. 박씨는 “학내 대안 언론을 통해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현 상황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학재단들이 수십 년 간 부정입학ㆍ횡령ㆍ배임 등을 저질러 왔는데도 사립학교법이 이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 사학을 정상화하기 위한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주는 통로로 변질되면서 외려 사학 비리와 분규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승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행정ㆍ재정적 운영을 멋대로 한다면 더 이상 학교라 부를 수 없을 것”이라며 “재단의 비리인사에 대한 영구퇴출제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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