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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38)씨는 설 연휴 기간에 지인들과 홍콩과 마카오 등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낮에 일행과 함께 유명 관광지를 둘러 본 A씨는 밤에는 자녀들을 재운 뒤 지인들과 카지노를 찾아 나서려다 “프로야구 선수랑 기업인들이 여기서 도박하다 처벌 받은 것 모르냐”는 아내의 핀잔에 포기했습니다. 해외여행 갔을 때 재미 삼아 수십만 원을 걸고 해 본 적이 있어 ‘설마 걸릴까’ 싶었지만 최근 원정도박으로 법정에 서게 된 유명 인사들의 소식을 접했던 지라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도박을 한 사람은 모두 처벌을 받을까요. 원칙적으로 도박하면 모두 처벌을 받습니다. 형법상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습성이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처벌을 면하도록 했고, 각종 특별법을 통해 도박이 허용되기도 합니다. 로또나 즉석복권 등의 복권구매 행위나 스포츠토토(프로토 포함), 경마ㆍ경륜ㆍ경정, 강원랜드, 청도군 소싸움 등이 허용된 도박입니다.

문제는 친구나 가족끼리 모여서 하는 화투놀이나 포커게임, 판돈을 걸고 하는 윷놀이, 내기 당구 등이 법률상 처벌되는 도박인지, 예외로 규정된 일시적 오락인지 헷갈린다는 점입니다.

법령과 판례 등에 따르면 도박으로 규정되려면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도박 대상으로 재물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이나 귀금속처럼 가치가 있는 것뿐 아니라 무형의 재산상 이익도 포함됩니다. ‘도박에서 승리하면 빚을 탕감해준다’는 조건이 걸렸을 경우 빚도 재물에 포함됩니다. 우연성은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승패가 우연에 의해 갈려야 도박으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이 우연성을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은 경제적으로 정당한 이익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해 등으로 인한 보험금 수령도 도박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박의 상대방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짜고 치는’ 도박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 사기에 해당합니다. 이때 함께 도박을 했지만 재물을 잃은 상대방은 도박의 당사자가 아니라 사기의 피해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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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대로라면 가족이나 친구간 재미 삼아 하는 화투놀이라도 도박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예외사항인 ‘일시적 오락’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도박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습니다. 경찰과 검찰 역시 대법원이 제시한 판례를 기준으로 단속하고 처벌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의 적용이 자로 잰 듯 일관적이지 않다는 게 또 문제가 됩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9월 매번 500~1,000원씩 판마다 총 3,000원을 걸고 40분간 일명 ‘훌라’라는 카드게임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웃 주민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최초로 가진 금액 합계가 11만8,000원으로 돈을 따거나 잃은 금액을 볼 때 일시적 오락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전주지법은 지난해 5월 점당 500원씩 40여 차례에 걸쳐 판돈 28만6,000원을 걸고 ‘고스톱’ 화투놀이를 한 사람들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도박을 한 사람 중) 가정주부, 무직자 등이 있어 점당 500원이 고액인 점, 고스톱을 칠 당시 처음 만난 사람이 있는 점, 비교적 긴 시간인 1시간 15분간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오락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유명 탤런트의 어머니가 미국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려 104억원을 땄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해외 원정도박도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이 가능하지만 당시 여행목적이 도박이 아니라 여행 중에 재미를 위한 일시적 오락을 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송인 신정환씨가 2010년 필리핀 세부 카지노에서 2억여원의 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은 건 신씨가 상습도박 혐의로 두 차례 처벌 받았던 데다 도박한 사실이 알려진 후에 도망을 다닌 점 등이 고려된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사례를 분석해 봐도 도박의 처벌기준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도박을 단속하는 경찰이나 처벌여부를 판단하는 판사들 역시 기준적용이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법원에서 형량을 결정할 때 참조하는 양형 기준표에도 도박과 관련된 기준은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범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단속에 나서 보면 매뉴얼대로 처리하기 곤란한 상황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재경지법 판사 역시 “도박의 종류나 상황이 너무나 다양해 특정 기준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처벌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도박을 한 것이 일시적 오락으로 판정돼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두번 재미를 보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7월 주식투자로 큰 수입을 올린 40대 남성이 강원랜드에서 도박에 빠져 18억원을 탕진한 뒤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린 끝에 강원도 태백시의 한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허용되는 도박의 범위를 알아내 도박을 즐기려고 하기보다는 아예 안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명절 연휴 가족끼리 한 번쯤 즐기는 것이 어떨까요.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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