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는 프랑스 사람들은 내게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음식을 빨리 먹느냐’고 종종 묻는다.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은 몇 시간 동안 식사를 한다는데 정말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가장 간단하고 무난한 대답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니 먹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그렇게 답해 놓고 나서 나는 양국 간의 식사 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이 말을 많이 한다는 건 사실이다. 식사하면서도 이야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마주앉아 있는 상대방이 말을 적게 하면 식사자리가 어색하다. 대화가 끊기지 않은 채 계속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하고, 반대로 상대의 말을 안 들어주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친구 집에 방문할 땐 선물을 갖고 가는 것보다 많은 대화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 식탁 문화도 많이 변했다. 1976년 내가 처음 서울에 왔던 시절과 40년이 지난 2016년을 비교하면,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1970~1980년대에는 식탁 앞에 앉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기만 했다. 외식할 땐 외투도 안 벗고 먹는 게 흔한 일이었다. 젊은 세대는 더욱 달라지고 있다. 예전보다 먹을 게 많아진 점도 있지만, 다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식사할 때도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게 돼 먹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래도 아직 프랑스 사람들만큼 길지는 않다. 그 이유는 두 나라의 식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음식을 먹는 순서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먹을 것을 식탁에 한꺼번에 다 내어놓고 각자 알아서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코스에 따라 나오는 음식을 한 가지씩 차례로 먹는다. 빨리 먹고 싶어도 빨리 먹을 수 없다. 손님이 많은 경우에는 순서에 따라 다음 요리가 나올 때마다 다같이 동시에 새 음식을 먹기 시작해야 하니 시간이 더욱 많이 걸리게 된다. 그런 테이블 매너를 배우지 못한 외국인에게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식사 문화다.

다른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밥이 입 안에 있는 채 말을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의상 음식을 다 삼킨 후 말을 해야 한다. 한국 TV를 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음식을 씹어 먹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아직도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놀란다.

또 한 가지는 역시 대화의 양에 관한 차이다. 한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길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식사 시간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크게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프랑스인은 따지는 걸 즐기는 민족이다. 화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가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대화가 시원하게 진행하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은 답답할 수 있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대화하기 싫어서 빨리 먹는다기보다 마음 편안하게 먹는 게 좋으니까 빨리 먹게 되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따뜻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반대로 프랑스에선 음식을 식혀 먹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펄펄 끓인 김치찌개나 매운탕을 먹는 모습에 당황한다. 밥은 따뜻하게 먹고 대충 씹어도 되나, 바게트 같은 빵은 많이 씹지 않으면 삼키기 어렵다. 또 한국 요리는 일반적으로 맵고 양념이 잘 돼 있어 입에 넣자 마자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반해 프랑스 요리는 맛이 강하지 않아 천천히 음미해야 맛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사람이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 또 하나 있다. 레스토랑에 빈자리가 없어 뒤에 온 다른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의 식사를 빨리 끝내고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그런 식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먼저 와서 식사하고 있으면 뒤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면에선 한국 사람의 매너가 프랑스 사람보다 좋다.

식사를 빠르게 하는 문화와 천천히 하는 문화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쁜지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고 바쁠 땐 빨리 먹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천천히 먹는 게 건강에도 좋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마틴 프로스트 전 파리7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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