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미디어 빅뱅 시대] 5. 누구나 미디어가 된다

1020 콘텐츠 전문 ‘어썸니스 TV’
“1인 동영상 창작자 지원에서 시작
차세대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
영화 9편 제작 중… 음반 회사 자회사도”
게임 전문 ‘머시니마’
“완구업체 하스브로와 제휴해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 제작 중
유튜브 아닌 다양한 플랫폼에서
MCN업체 제작 콘텐츠 보게 될 것”
2007년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뷰티 크리에이터 미셸 판은 현재 구독자 수가 830만명에 이르는 파워 유튜버다. 미셸 판 페이스북

2007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화장법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미셸 판은 현재 스타가 된 1인 동영상 창작자(크리에이터)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약 830만명이 구독한다. 이를 눈 여겨 본 세계적인 화장품업체 랑콤은 2010년 그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영입했다. 판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1년 매달 일정 회비를 내면 상품을 배송해 주는 화장품 브랜드 ‘마이글램’(현 ‘입시’)를 창업했다.

미셸 판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며 등장한 것이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MCN 업체들이 활동을 본격화했으나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 제작사들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LA) 중심으로 MCN 업체들이 등장했다.

크리에이터와 MCN 업체들은 무섭게 성장하며 기존 미디어들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여기에 MCN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1인 창작자도 대형 제작사에 버금가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2020년 전체 미디어 가운데 기존 방송사나 스튜디오는 25%에 그치고 나머지를 1,000여개 1인 채널과 MCN 업체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대표적 MCN 업체로는 2000년 설립된 게임 전문 업체 ‘머시니마’,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2013년 3,300만달러(약 395억원)에 인수한 ‘어썸니스TV’, 종합 미디어 기업 디즈니가 2014년 3월 950만달러(약 113억원)에 인수한 ‘메이커 스튜디오’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어썸니스TV와 머시니마의 LA 본사를 최근 방문했다.

각각 9만명과 2만5,000여명의 크리에이터를 이끌고 있는 두 업체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영화 등 콘텐츠 제작 비중이 커졌고, 콘텐츠 제공 공간을 유튜브에서 넷플릭스ㆍ페이스북ㆍ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뷰 등 여러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티제이 마체티 어썸니스TV 마케팅 총괄 MTV, 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를 거쳐 2014년 어썸니스TV에 합류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어썸니스TV는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콘텐츠만 제작ㆍ관리한다. MTV, 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를 거쳐 2014년 이 곳에 합류한 티제이 마체티 마케팅 총괄은 “어썸니스TV는 MCN 업체로 시작했지만 차세대 미디어 회사로 봐야 한다”며 “현재 유료 유튜브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에서 독점 공개할 ‘댄스 캠프’ 등 9개 영화를 제작 중이고 음악에 능한 크리에이터들 지원을 위해 음반 제작 자회사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체티 총괄은 어썸니스TV가 제작사로 도약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지난해 4월 선보인 ‘21세기 엄마’를 위한 채널 ‘어스트록’을 꼽았다. 그는 “일하는 젊은 엄마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계층으로 부상했지만 기존 방송사들의 주 시청자에서 밀려나 있다”며 “이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공유할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어스트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썸니스TV는 최근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 등에 입점할 10대 여성 의류 브랜드 ‘인 오 오브 유’(In Awe of You)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어썸니스TV는 소속 패션 크리에이터인 머렐 쌍둥이 자매(바네사 머렐ㆍ베로니카 머렐)를 브랜드의 모델로 내세웠고 소속 크리에이터들에게 의상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어썸니스TV 본사. 직원들 뒤로 어썸니스TV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머시니마 역시 전 세계 게임 애호가를 겨냥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제임스 글래스콕 머시니마 수석 부사장은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유튜브에만 관련 영상이 약 5,000만개 있으며 이를 본 사람은 전 세계에 수 백만 명”이라며 “머시니마 소속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게임 별로 채널을 만들어 전 세계 모든 게이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 250시간의 자체 콘텐츠를 만든 머시니마는 올해 분량이 600시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시니마는 현재 완구업체 하스브로와 제휴해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도 제작 중이다. 하스브로가 기존 영화 제작사 대신 머시니마를 선택한 것은 MCN 업체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글래스콕 부사장은 “일본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와 입체 영화 두 가지로 올 여름에 개봉 예정”이라며 “앞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MCN 콘텐츠를 흔히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멀티채널네트워크(MCN)=여러 개의 동영상 채널들을 묶어 관리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는 2007년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도입한 개념이다. MCN 업체들은 동영상 제작자들과 제휴를 맺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대신 동영상 광고 수익 등을 나눠 갖는다. 연예기획사와 비슷한 MCN은 국내에도 CJ E&M ‘다이아TV’와 ‘트레저헌터’ 등 100여 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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