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이 된 부천 여중생

“성경책 끼고 다녔고 금슬 좋아”
SNS엔 두 딸 사진 올려두기도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아버지 이모씨가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중생 딸을 숨지게 하고 1년 넘게 시신 상태로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이모(47)씨는 독일 유학파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로, 신학대 겸임교수였다. 그러나 이웃과 학교에선 ‘딸 사망 후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해왔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5년 경기 S신학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독일 신학대에서 신약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모교 신학과 강사와 겸임교수를 맡아 3년 정도 강의를 해왔는데, 지난해 2학기까지 고대 그리스어인 헬라어를 가르쳤다. 이씨는 또 2014년 10월 모교에서 개최된 신학 세미나 사회자를 맡고, 기독교 콜로키움(전문가 학회) 회원으로 지내는 등 연구에도 매진했다. 2013년에는 ‘기초헬라어’라는 공동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학기에 이씨 강의를 들었다는 한 학생은 “수업 시간에도 특별한 건 없었고 평소 저녁에 교정을 자주 거닐었다”며 “어제(2일) 저녁에도 도서관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목회는 물론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부천 곳곳에서 목회를 진행하면서 원미구의 한 개척교회에서는 담임목사까지 맡았다. 해당 교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마다 10여명이 정기예배를 가져 왔으나 이날 교회에는 신자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웃들도 이씨가 최근까지 태연하게 일상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 자택 인근 식당 사장은 “팔에 성경책을 자주 끼고 다녔고 5, 6개월 전에는 부인과 함께 가게에 와 맥주를 마셨다”며 “부부가 항상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등 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자택 앞 세탁소 주인도 “늘 (사망한 딸인) 이양의 이름으로 세탁물을 맡기곤 했다”며 “2주 전쯤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달리 어두운 기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프로필에 두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두기도 했다.

부천=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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