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 금리(연방기금금리)를 동결했다. 며칠 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불준비금(지준금) 초과분에 대해서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거라고 발표했다.

시중 은행들은 예금주의 지급 요청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지준금을 예치해야 하며, 지준금의 비율은 대개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그런데, 이 지준금의 실제 예치 잔고는 각 은행의 사정에 따라서 정해진 것보다 초과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초과분이 있는 은행은 잔고가 부족한 은행에 꿔주고 이자를 받는다. Fed나 일본은행의 기준 금리란 바로 은행들 간의 이런 초단기 거래에 대한 정책 금리를 가리킨다. 또, 잔고가 부족한 은행들은 직접 중앙은행으로부터 정해진 이자율에 따라 긴급 대출을 받기도 한다.

미국은 지준금을 ‘연방 기금’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각 시중 은행의 지준금이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계좌에 예치되어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한 대상이 바로 이 당좌예금 잔고다. 결국 쉽게 말해서, 개개 시중 은행의 일반 고객들의 예금에 대해서 반드시 마이너스 이자가 붙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느 나라든지 지준금 제도를 운영할 때 시중 은행의 예치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자를 주지 않는다. 또, 일본의 경우, 당좌예금의 금리는 제로이고 특별히 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지준금 잔고에 붙는 이자를 중앙은행이 과도하거나 급격하게 정책적으로 통제하는 것 자체가 실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이번 일본의 조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은행 당좌예금 계좌에 들어가 있는 시중 은행 지준금 예치 잔고 전체에 대해서 무조건 마이너스 금리를 붙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잔고 전체를 세 가지로 나누어, ‘기초 잔고’에 대해서는 0.1%의 이자, ‘매크로 가산 잔고’에 대해서는 0% 이자, ‘정책 금리 잔고’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0.1%의 이자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잔고를 세 가지로 나누는 것에 관한 디테일한 기준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2007년 금융위기 때 기준 금리를 긴급 인하한 이래 2008년에는 최초로 제로 금리를 도입했다. 그랬다가 2015년 12월에 금리를 인상한 후 이번에 추가 금리 인상의 기대를 깨고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취업률이나 적정 인플레율과 관련해서 경제가 호전된 것은 아니라고 Fed가 조심스레 판단한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거품이 붕괴하고 구조적 장기 저성장 체제에 돌입한 이후에 여러 번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써왔다. ‘양적 완화’란 개념이나 표현을 처음 쓴 것도 2000년대 초의 일본이다. 이번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장은 언론 발표에서 금리 이외에 양적-질적 완화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정부 채권이나 신용 등급이 높은 회사채 및 증권 등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뜻하고, 질적 완화란 바로 그 매입 대상이 되는 금융 자산의 구성을 유동성 등을 기준으로 바꾸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양적 완화를 확대하거나 지속한다는 것은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해 계속 큰 빚을 지는 것이고, 이 빚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인데다가 최근 몇 년 간 국내총생산(GDP)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해 왔으므로 양적 완화 자체가 일본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중장기적으로야 정부 채무가 경제 위기의 핵심 요인이지만, 적어도 당장은 그렇다.

반면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이미 실패해버렸다. 통화량이 증가하고 환율이 올라서 대기업 및 증시에는 약간 도움이 되었지만, 경제 체질 자체가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있고 수출 상품의 경쟁력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망해 가고 있다.

얼마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기존 ‘세 화살’ 말고 또 다른 새로운 ‘세 화살’에 관해 발표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은 자욱한 안개 밤을 이용해서 조조로부터 화살 10만개를 얻어냈다. 물론 이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허구적인 얘기다. 아무튼, 일본 경제는 제갈량이 되살아나도 어렵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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