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봄... 문민 의회 오늘 개원

아웅산 수치 여사가 USD주도 의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국회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네피도=AFP연합뉴스

1962년 이후 53년간 지속된 군정의 종식을 뜻하는 미얀마 최초 ‘문민 의회’가 1일 수도 네피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원한다.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 아웅산 수치(70)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현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상ㆍ하원 전체의석 59%(390석)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시작된 문민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리는 것이다. 세계의 시선은 이제 누가 과연 미얀마 첫 민주 정권의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더불어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약속한 군부가 얼마나 이를 지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수치 여사 제외한 대통령 선출 가능할까

국회의원들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간선제로 뽑는 새 대통령은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3월 31일까지 선출될 예정이다. 과반수 찬성으로 대통령이 선출되는 만큼 당연히 과반 의석을 확보한 NLD의 후보가 향후 민주 미얀마의 지도자로 탄생한다. 절차상으로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NLD가 당면한 최대 골칫거리는 수치 여사이다. 군부가 만든 헌법에 따르면 영국인과 결혼해 자녀의 국적이 외국인 수치 여사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없어서다. 수치 여사가 총선 승리 직후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도 여전히 아름답다(BBC 인터뷰)”는 말로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될 것임을 공표해놓은 것도 개헌 없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NLD는 수치 여사가 아닌, 그의 수렴청정을 받는 사실상 ‘허수아비’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처지이다. 현지에서 하마평에 오르는 NLD의 대통령 후보로는 틴 우 NLD 부의장과 수치 여사의 주치의이며 NLD 내셔널 헬스 네트워크를 이끄는 틴 묘 윈 등이 있다. 둘 다 수치 여사의 최 측근이며 민주화 공로가 적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틴 우 부의장은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며, 틴 묘 윈은 군 경력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든 부족한 경험과 정치력으로 미얀마 정국은 자칫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AFP통신은 “수치 여사를 도와 정부를 이끄는 여러 지도자들이 뒤처지는 정치력을 빨리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치 대통령 강수…군부와 갈등 초래할 수도

USD 주도 의회 마지막 날인 29일 밤 의사당에선 ‘가라오케 파티’가 열렸다. 신구 의원들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자축하고 군부와 NLD가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의원들이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영어 가사의 노래를 열창하며 흥을 돋았지만 수치 여사는 의례적인 인사와 개회사 외에는 말을 아꼈고 노래를 따라 부르지도 않았다. 의회 개원 이후 대통령 선출 등 난관이 적잖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수치 여사가 총선 이후 수 차례 군부 지도자를 자청해 만나는 등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칫 대통령 후보 지목으로 인해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허수아비 대통령을 옹립하는 대신, 헌법을 고쳐서라도 수치 여사 스스로 후보로 나서는 강수를 내세울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치 여사의 대통령 취임을 가로 막는 헌법 59조의 효력 정지를 위해 의회가 동원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WSJ은 NLD 내부 인사와 군부 출신 의원을 인용해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 역할을 한다는 수치의 말은 군부인사들에게 ‘복수’를 떠올리게 했을 수 있다”며 “무리한 개헌은 그동안 쌓은 군부와 NLD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며 수치 여사 존재 자체가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소수민족 반군과의 융합, 경제난 해소라는 현실적 과제 앞에 선 수치 여사가 초강수는 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AFP는 “군부가 국방부 등 주요 부처를 여전히 손에 쥐고 있어 수치 여사는 무엇보다 군부와의 협력에 앞장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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