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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아들의 생일파티

입력
2016.01.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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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생일이 다가온다. 둘째는 생일 때 친구들에게 선물도 받고 케이크와 간식도 준비해서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은 따로 파티는 하지 않고 생일 당일에 축하만 해준다. 물론 어린이집 생일파티에서 선물과 케이크 준비는 부모들의 몫이라 내 입장에서는 귀찮기도 한데, 첫째는 그게 은근 부러웠던 모양이다. “올해는 저도 친구들 불러서 생일파티 하고 싶어요.” ‘음, 생일파티라고’ 엄마는 머릿속이 좀 복잡했지만, 우선 흔쾌하게 말했다. “그래, 올해는 생일파티 하자.”

아들과 가장 친한 유치원 친구인 A 와 B 엄마들에게 전화를 했다. “다음 주 금요일에 생일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혹시 아이를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유치원 버스에서 같이 내리고, 놀다가 제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 다행히 모두 좋다고 한다. 모두 3년 동안 같이 유치원에 다녔지만, B엄마에게는 처음 전화를 걸어 본다.

어릴 때는 아이들 친구를 엄마가 찾아줘야 한다고 하는데, 워킹맘에게 아이들 친구 만들어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일에는 저녁 늦게나 집에 오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이나 가족과 시간 보내기에도 부족해서 아이 친구들을 부르거나 놀러 가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1년에 한 두번 유치원 행사에 참여했을 때 다른 엄마들과 인사를 하게 되고, 아주 가끔 아이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초대를 받아 보내기도 했다. 시간을 자주 낼 수 없어서 드문드문 연락을 하다 보니 아이 친구 엄마들이 아직은 어색하고 어렵기도 하다. 전화 한 번 하려도 쑥스럽고 혹시나 거절당할까 봐 마음을 졸인다. 전업맘들끼리는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라 더욱 그렇다.

아이들 유치원 버스는 5시면 집 앞에 도착한다. 평소에는 6시가 넘어서 퇴근하지만, 다행히 회사에서 작년 말부터 탄력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시작해서,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다. 탄력근무제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아이들이 올 때쯤 맛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생일파티를 하면 되겠지. 갑작스러운 저녁 회의가 잡혔지만, 양해를 구하고 이번에는 참석이 어렵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획은 어그러지라고 있는 법이다. 둘째가 심한 감기에 걸렸다. 일주일 내내 아프더니 첫째 생일날 아침에도 상태가 좋지 않다. 마침 날씨가 영하 13도다. 어쩔 수 없이 둘째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출근했다. 일찍 퇴근하기 어려워졌다. 첫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지나서,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께 전화를 했다. “아이들은 잘 도착했어요?” “음, B는 같이 왔는데, A는 오지 않았어요.” 아, 어제 저녁에도 전화로 확인을 했는데, 무슨 일이 생겼나? A엄마에게 연락을 해보니, A엄마가 깜박하고 유치원 선생님께 알리지 않아서 A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금 버스 타고 빙빙 돌고 있다고 한다. “제가 퇴근할 때 유치원에서 만나서 데리고 갈게요.” 퇴근하자마자 유치원으로 가서 1시간 넘게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온 A를 만났다. “아이고, 고생 많았어.” 게다가 차가 엄청 막혀서 평소 10분 거리를 30분도 넘게 걸려서 겨우 집에 왔다.

맛있는 것을 사가지고 오겠다는 계획은 실패하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그래도 남자아이들 셋이 모이니 신나게 논다. 케이크도 자르고 생일파티도 어찌어찌 끝냈다. 다들 너무 신나서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10시가 다 되어서 아이들을 달래서 데려다 주었다.

A네 집에 도착하니 A엄마가 작은 선물을 내민다. 수제 쿠키와 예쁜 카드다. “그동안 A와 유치원에서 즐겁게 놀아줘서 고마워. 학교 가서도 좋은 친구들 만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도할게. A엄마가.” 아, 왠지 눈물이 핑 돈다. 아이들 친구 만들어주는 일이 어렵게만 보였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도 만들어 주었다. 워킹맘의 아이 생일파티, 미션 컴플리트!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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