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청년고용 악화로 자기비하형 ‘청년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흙수저’와 ‘헬조선’을 탓하는 청년에게 ‘노오력해보았나’를 물어서는 안 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모바일게임 업체 웹젠의 김병관 이사회 의장은 입당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의 계급이 바뀌는 수저론과 희망 없는 사회를 뜻하는 헬조선, 노오력 등의 신조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과거에도 사회를 반영한 신조어는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회ㆍ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 자기비하형 ‘청년 신조어’가 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열정페이’ 받는 ‘호모인턴스’들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돌아오는 건 ‘열정페이’뿐이더군요.”

정민관(가명ㆍ31)씨는 2년간 한 기업의 계약직으로 일하다 최근 그만뒀다. 최저시급 수준의 열정페이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정규직 전환 하나뿐이었으나, 2년 후 정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계약 연장’ 혹은 ‘퇴사’였다. 그는 “부모님께 빈대 붙어 사는 ‘빨대족’을 벗어날 날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는데 허무함이 너무 컸다”며 퇴사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정씨는 백방으로 취업처를 알아봤으나 결국 다시 다른 기업의 인턴으로 취직해야 했다. 이처럼 정규직 대신 인턴을 전전하는 요즘 젊은이들을 빗대 ‘호모인턴스’라는 단어도 나왔다. 정씨는 “바늘구멍을 뚫고 회사에 들어가도 좋은 자리는 부모님 인맥으로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다 꿰차니 나 같은 흙수저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노오력 하지 않아 ‘텅장’ 신세 못 면해?

이처럼 현실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늘면서 기성세대와의 세대갈등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기성세대의 ‘노력하라’는 조언이나 충고 등을 비꼬는 ‘노오력’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일 정도다. 대학생 신지혜(26)씨는 “부모님은 서울 소재 대학을 나와 학점, 토익도 괜찮은 딸이 왜 서류 ‘광탈’을 겪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탈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탈락한다’는 의미로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신씨는 “한 달 뼈 빠지게 일해봤자 자취방 월세와 세금 등으로 월급이 빠져나가 ‘텅장’(텅 빈 통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전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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