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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카드 꺼냈다가 옹색해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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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카드 꺼냈다가 옹색해진 한국

입력
2016.0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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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북 제재에 대한 이견차만 드러내며 사실상 합의에 실패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북 제재에 대한 이견차만 드러내며 사실상 합의에 실패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론에 대해 신뢰훼손까지 거론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공개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언급하며 대중 압박에 나선 것이 오히려 한중 갈등만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 때문이다.

대중 압박 카드로 사드가 부상한 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우리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사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국민을 향한 담화문에 중국을 겨냥한 사드 문제를 거론한 방식은 외교적으로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이는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간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미국측 배치 요청도, 한미간 협의도, 우리의 결정도 없다’는 3NO의 전략적 모호성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깨트린 것이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 당국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했다. 실제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군사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도 대중 압박 카드로서 사드의 역할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대화를 통한 해결’을 다시 천명하며 우리 정부의 제재 일변도의 강경 대응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우리 정부가 유도한 중국 역할론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나름의 대북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마치 한국의 사드 위협이나, 한미일 3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면서 “중국의 반응은 이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사드 얘기를 꺼낸 것이 오히려 중국이 움직일 공간을 더욱 좁혀 놓았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중국이 극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드 논란을 자초해 그나마 쌓아 올린 한중 관계의 신뢰마저 스스로 훼손시킨 것은 더 큰 손실이다. 정부가 나서 중재자 역할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한반도 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부추기는 단초를 제공해 북핵 제재 국면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북핵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도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를 풍겨 사실상 사드가 북핵이 아닌 중국 견제용이라는 점을 내비친 꼴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한 한 인사는 “중국 몰아세우기가 미중, 한중 갈등으로 번지면서 동북아 지형에 변화가 초래됐다”면서 “이번 4차 북핵 실험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정책 판단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현 정부가 성과로 자랑하는 한중 관계가 북핵 실험 국면에서 모두 허물어졌다”며 “박 대통령의 사드 발언을 비롯해 최근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정책과 발언들이 과연 프로 수준의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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