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의 뜻이 ‘환영하며 맞아들임’인 이 말은 정치권이나 스포츠계, 그리고 기업 등에서 새로운 사람을 충원함으로써 유권자나 팬들, 혹은 주주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시도할 때 쓴다. 영어로는 정치권에서의 영입을 리쿠르트먼트(recruitment), 스포츠계의 영입을 스카우트(scout)라고 한다. 영입의 사전적 반대말은 환송이지만, 현실 정치의 쓰임새에서 그 반대말은 탈당이다.

recruit의 라틴어 어원은 ‘다시 성장하다’란 뜻이고 17세기 중반에 신병을 소집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오늘날 기업의 신입 사원 모집도 recruitment라고 한다. scout는 정보를 얻기 위해 멀리 내보낸 사람을 뜻했다. 한편, 영입에서의 영(迎)이란 글자는 ‘우러를 앙(仰)’ 자에 길거리를 간다는 뜻의 책받침 변(?)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迎은 어원상 높은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길로 나간다는 뜻인 것이다.

현대 정치는 정당 정치이므로, 영입되는 사람은 특정 정당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서의 쓰임새를 놓고 보면, 영입과 입당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더민주’의 경우, 김종인은 영입이고 김홍걸은 입당이다. 듣는 입장에서 말한다면, 영입은 맞이하는 쪽의 노력이 부각된다는 느낌이 있고, 입당은 들어오는 쪽의 의지나 무게가 강조된다는 느낌이 든다.

스포츠계의 영입은 돈으로 이뤄지고, 정치권의 영입은 공천 약속으로 이뤄진다. 후자의 경우 명시적으로 확정돼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행상 묵시적으로 서로 그렇게들 알고 일이 진행된다. 공천 약속이 묵시적인 만큼, 영입을 하는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이 실질적이든 상징적이든 명백히 현존해야 한다. 그래서 봉건 사회의 경우, 영입을 추진하는 사람은 군주였고, 현대 정치의 경우 정당의 지도자나 그 대리인이다.

중국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영입 케이스를 가리키는 말로 ‘삼고초려’가 있다. 여기서 ‘초려’는 초가집이란 뜻이므로, 이 말을 엄격하게 쓰기로 한다면, 김종인의 경우 ‘삼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려’는 분명히 아니다.

‘더민주’의 영입 명단을 보면, 대다수는 정치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자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일단, 그렇게 말해도 큰 잘못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대다수는 결국 기업인 법률가 관료 출신의 정치 지망생들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굳이 영입이라는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원이 가능했다. 즉, 기존의 초선 국회의원 충원 유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큰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 영역으로부터의 충원이 거의 없다는 정도일 뿐이다. 물론 ‘더민주’의 영입은 다른 당들에 비해서 분명히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기는 하다. 다른 당들은 소위 낙하산 공천이나 정치적 야합에만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내 귀에 ‘더민주’의 ‘더’가 ‘더불어’의 ‘더’라기보다는 ‘더 많은’의 ‘더’로 들리는 상황에서, ‘더민주’의 이번 영입이 기존의 국회의원 충원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영입이라는 말 아래 이뤄지는 행위 자체가 입법 엘리트를 아주 조금만 색다르게 충원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많은, 더 근본적인 민주주의를 원한다. 기업인 법률가 관료 출신들만이 더 큰 정치적 기회를 갖고 있는 구조에 대해서 이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번의 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우려는 ‘이선망’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양극화 및 저성장 경제 구조에서 recruitment가 봉쇄된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란 말로 스스로와 세상을 자조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들 대다수는 야당들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어서, 기꺼이 투표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망하게 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영입만으로는 다수 국민의 우려를 잠재울 수 없다. 국민들은 감동적이고도 성공적인 연대를 원한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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