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액 편성한 6곳 우선 배정”
“교육청들 “3,000억 미끼로 압박하나”
재정 방만 운영 언급에 대해서도
“예산 충분하단 정부 말은 왜곡” 성토
25일 오전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약속을 지킨 교육청에 예비비 3,000억원을 우선 배정한다”고 밝힌 데 대해 예산이 부족한 지역 교육청을 더욱 옥죄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은 “일선 교육청들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 공세에도 크게 반발했다.

교육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1년치를 모두 편성한 곳에 예비비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원대상은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편성했거나 편성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한, 대구 대전 울산 경북 충남 세종 6곳이다. 이 예비비는 다음달 2일쯤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는 예산을 일부만 편성했거나(부산 충북 인천 전남 경주 제주)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미편성(서울 경기 광주 전북 강원)했다. 정부는 이 교육청들이 지금이라도 예산을 추가 편성하면 예비비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가 다른 지역보다 예산 집행 여력이 없다”면서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비비를 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정치권이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지원하기 위해 예비비를 마련해놓고서도, 정말 재정이 어려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못한 교육청은 예비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다만 몇 개월이라도 예산을 마련한 곳은 1년치 전액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이라며 “예비비를 받기 위해 초중등 주요사업 예산을 줄일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누리예산을 편성한 지자체에 또 한번 관련 재원을 주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6개 교육청은 예비비를 학교시설개선 등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보여 예비비가 당초 정치권의 합의와는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항목이 아닌 시설비 명목으로 예비비를 줄 테니 쓰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의 김현국 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내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해도 1년치가 안 되는 곳은 예비비를 못 받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예비비를 받는 교육청은 오히려 불용액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은 중앙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3,000억원 지원을 미끼 삼아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도교육감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통과 당시 예비비 편성 취지가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두는 지원이 아니었는데, 정부가 이를 입맛에 따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일선 교육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에 교육감들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교부금 41조원 등 받을 돈을 다 받고도 서울ㆍ경기교육청 등은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애초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예산을 미편성한 7개 교육청에 대해 “인건비 1,500억원이 과다 편성됐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교육청들은 “명예퇴직, 정년퇴직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이라고 이미 설명한 바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정부는 교육청 예산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지난 2013년부터 내년까지 물가ㆍ인건비 상승, 신설학교 증대 등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다”며 “보육대란의 책임은 잘못된 추계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올린 정부에 있다”고 성토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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