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스프링노트처럼 잘못 쓴 페이지만 감쪽같이 뜯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몸뚱이에서 잘려져 나온 문어의 발이 자기가 이미 죽은 지도 모르는 채 어디론가 기어가고 자꾸 붙으려 할 때처럼 한심하고 가엾은 내 마음. 사람들에게 부딪히고 내 자신에게 부딪히고 비뚤어진 내 성질에 부딪혀서 부서지는 순간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 마음의 겨울을 잘 견딜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나를 믿고 싶어하는 내 마음과 달리, 내 손은 푸르고 여린 잎에도 깊이 베입니다. 피 흘리며 세계를 배회하는 순간을 마음에서 말끔히 찢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늘 마음에는 어린 시절의 비밀 일기장처럼 찢긴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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