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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꼼수 정치

입력
2016.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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쩨쩨한 수단이나 방법. 국어사전에 나오는 ‘꼼수’ 뜻풀이다. 원래 바둑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 상대를 꼬여 함정에 빠뜨리는 변칙적 수를 뜻한다. 경북 포항지역에서는 더듬수라는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인다. 2011ㆍ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행태를 비꼬는 인터넷 팟캐스트‘나는 꼼수다’(나꼼수)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계기로 꼼수는 바둑판을 넘어 우리사회의 일상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 만큼 정치판을 위시해 우리 사회 도처에 정도와 상식이 아닌 변칙과 비정상이 넘쳐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요즘 여권이 구사하는 꼼수 정치가 현란하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들고 나온 ‘법안 셀프 폐기’는 가히 ‘듣보잡’급 꼼수다. 한 마디로 법안을 죽여서 살린다는 모순적 변칙인데. 이게 국회법 87조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다급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입법 취지를 능멸하는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법을 악용한 최악 사례로 길이길이 남을 일이다. 이 정부가 소리 높이 외치는 창조경제에서는 정작 창조가 보이지 않고 엉뚱하게 꼼수정치에서 창조성이 번뜩인다.

▦ 정도를 벗어난 새누리당 꼼수 시리즈는 지난해 여름 국회법 개정안 파문 때부터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정상인데 재의결 표결 불참이라는 변칙을 택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원래 야당이 전가의 보도로 삼았던 예산안_쟁점법안 연계 전술을 구사했다. “국회의 기능을 원천 마비시키고 정치의 후퇴를 불러온 희대의 망국법”(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인 국회선진화법 덕에 가능했던 꼼수였다.

▦ 경제단체ㆍ기업인 주도의 1,000만인 입법청원 서명운동에 박근혜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으로 참여한 것도 정도와 상식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꼼수정치와 다를 게 없다. 대통령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많은 수단과 소통ㆍ설득 채널을 외면하고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은 위험한 정치다. 꼼수와 변칙의 정치는 언제나 뒤끝이 안 좋다. 국민의 정부 시절, DJP연대를 위한 의원 꿔주기 꼼수도 정권에 두고두고 부담을 지웠다. 당장의 위기와 장애를 돌파하려고 꼼수를 부리기보다 길게 보고 정수를 택하는 게 바른 정치이고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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