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사건 미스터리 투성이

사고사 주장 불구 학대 가능성
딸육아 걱정에 미신고도 의문
경찰, 프로파일러 2명 투입 조사
아버지 구속 살인혐의 집중 추궁
초등생 아들 A군 사체훼손 사건으로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아버지 B(34)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17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법 부천지원을 나서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친부모가 초등학생 아들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한 부천 사건은 석연찮은 점들 투성이다. 사망 원인과 시신 훼손 이유는 물론, 4년이나 아들의 시신을 냉동 보관하고 딸과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해 온 점 등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학대로 목숨 잃었나

아들을 폭행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 최모(34)씨는 15일 경찰에 체포된 뒤 “2012년 10월 초 목욕을 싫어하는 아들을 욕실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다 아들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으나, 곧 깨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같은 해 11월 초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해도 부상당한 아들을 한달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점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게다가 최씨 집에는 어머니와 동생인 딸도 함께 살고 있었다. 다만 어머니 한모(34)씨가 “남편이 평소 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벌했다”고 경찰에 말한 점으로 미뤄 사고를 전후해 최씨가 아들에게 가한 폭행이 사망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군이 결석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입학 한 달 만인 2012년 4월이다. 최군은 친구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옷에 낙서를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학교 측이 최군 부모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 때부터 최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살인 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며, 피해자를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시신 왜 냉동보관했을까

최씨가 시신을 훼손한 정황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단 “아들이 죽었으니 친정에 다녀오라는 남편 말에 따라 친정에 다녀오니 시신은 이미 훼손ㆍ유기돼 있었다”는 것이 한씨의 주장이다. 최씨도 경찰 조사에서 “시신 일부를 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씨는 특별한 정신병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돼 엽기적 범행을 뒷받침할 논리가 빈약하다. “딸의 육아가 걱정돼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는 한씨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주민들은 최씨 부부를 ‘살갑지 않은 이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씨가 살던 빌라의 한 주민은 “어머니 한씨는 평소에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 이웃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가끔 새벽에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최씨는 특별한 직업은 없지만 사기 전과가 한번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이나 시신 두고 멀쩡히 생활

더 큰 의문은 최씨 가족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4년 동안 지극히 평범하게 지낸 점이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13년 3월 사건 현장인 부천에서 인천 집으로 이사할 때도 훼손한 아들 시신을 가져갔다. 더구나 최씨 부부의 딸에게는 특별한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 딸을 음악학원에 보내는 등 자녀 교육에 공을 들였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딸이 다닌 학원 관계자는 “엄마가 아이를 잘 챙겼고 피아노까지 사준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오빠가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주변 친척들 역시 범행을 4년 넘게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경찰 수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본청과 경기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이들 부부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조사 결과 부부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은 엿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의 딸은 현재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엄마, 아빠가 오빠를 버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한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17일 최씨를 폭행치사와 사체손괴 및 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최씨 소유의 배낭 1개와 장바구니 3개, 박스 1개를 함께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배낭에서는 현금 300만원과 점퍼 속옷 등 의류 40점, 다이어리 1점 등이 나왔다. 경찰은 최씨가 경찰 수사에 대비해 도피 자금과 옷 등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으로 보고 배경을 추궁하고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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