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출연한 데이비드 보위(오른쪽).

10일 숨진 글램록의 대부 데이비드 보위는 영화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의 많은 음악이 영화에서 활용됐고, 배우로서도 여러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공상과학(SF)에 심취했던 그의 음악 세계는 여러 SF영화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스페이스 오디티’와 ‘지기 스타더스트’ 등 숱한 히트곡을 내놓으며 대중음악계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간 보위가 영화계에는 어떤 흔적을 두고 떠나며 영원한 별이 됐는지 돌아봤다.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배우’ 보위의 대표작이다.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 감독으로 떠올랐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2차세계대전 중 동남아의 연합군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반전영화다. 수용소를 통제하는 일본군 장교와 포로 신분인 연합군 장교의 갈등, 소통 등을 통해 평화와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훗날 유명 감독이 된)기타노 다케시가 포로들을 엄하게 다루는 일본군 하사관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팝 애호가들이라면 일본군의 위협에 당당히 맞서는 영국 육군 셀리어스 소령을 연기한 보위에 눈길을 갈만 하다.

▦벨벳골드마인(1998)

보위가 출연하지도, 음악 작업을 맡지도 않았으나 가장 ‘보위’스러운 영화다. 1970년대 글램록 최고 스타였다가 암살 자작극을 펼친 뒤 칩거에 들어간 브라이언(조너선 리스 마이어스)을 통해 70년대 대중문화의 속살을 들춘다. 브라이언의 팬이었던 한 신문기자가 화려한 무대 밖 스타의 일상과 인기에 대한 강박 등을 파헤치는 과정이 형형색색의 화면으로 전해진다. 영화 제목은 보위의 동명 히트곡에서 따왔다. 브라이언은 보위를 모델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인기 록그룹 플래시보와 비너스 인 퍼스, 이기 팝 등이 부르는 노래만으로도 팝 애호가들의 환대할 작품이다. 감독 토드 헤인스.

▦바스키아(1996)

‘검은 피카소’라 불리며 짧은 시간을 풍미했던 요절 미술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뉴욕 뒷골목 벽에 낙서 그림을 그리며 재능을 과시했던 바스키아가 화랑가 중심으로 진입해 파란을 일으키는 과정이 화가 출신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연출로 재현된다. 보위는 바스키아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을 연기했다. 보위의 전위적인 음악 세계와 전위적인 삶과 전위적인 외모를 활용한 캐스팅이었다.

▦트윈픽스(1992)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에 바탕을 둔 영화다. 심령물을 연상케 하는 전개, 의문의 살인사건, 사건이 벌어지는 마을의 숨겨진 비밀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서게 되는 작품이다.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 ‘이레이저 헤드’와 와일드 앳 하트’ 등 공포가 깃든 판타지영화를 만들며 대가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보위는 미국 시골 마을 트윈픽스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 실종된 미연방수사국(FBI) 요원 필립 제프리를 연기했다. 새로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요원들 앞에 2년 만에 불쑥 나타나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며 유령처럼 사라지는 역할이었다.

▦더 문(2009)

외관상 보위가 전혀 관여되지 않은 영화다. 그러나 보위를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던컨 존스으로 보위의 아들이다. 보위의 유전자가 몸에 새겨져 있고 보위의 양육을 통해 자라난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보위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 밖에.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강한 영향을 받아 우주를 동경하고 우주 생명체에 대한 상상을 키웠던 보위의 면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달 우주기지에서 홀로 기지를 지키며 여러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인 벨(샘 록웰)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기지에 자신과 동일한 인물이 나타나면서 벨은 혼란에 빠진다. 지구 귀환을 앞두고 등장한 정체불명의 이 사나이와 그는 목숨을 건 싸움을 펼치게 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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