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는 만 3~5세 아이들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이 끊길 위기 상황이다. 전국의 엄마아빠들은 뒤숭숭하다. 나 역시 유치원 다니는 큰 아이는 지금 누리과정이고 어린이집 다니는 둘째는 올해 3월부터 누리과정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다.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 중에서도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아빠들이 많은데, 다들 걱정이 많다. 맞벌이 하며 쌍둥이 딸을 포함해 아이 셋을 키우는 한 친구는 곧 세 아이의 누리과정 지원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울상이고, 5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빠인 직장동료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걱정이 많다. 종종 들르는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 보니, 도대체 얼마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건지 궁금해하고 걱정에 싸인 엄마아빠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단체에 근무하며 보육지원 중단위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나니, 방송사 기자가 전화를 해 누리과정 중단 위기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을 취재하고 싶다고 한다. “바로 제가 당사자인데요.” 주변에 다른 엄마아빠들은 어떤 반응인가 궁금하다고 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방송에서 학부모들 반응을 취재한다는데, 인터뷰 한 번 해볼래?” 바로 손사래를 친다. “할 말은 많은데,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부담스러워. 네가 대신 해줘.” 혹시 하는 마음에 둘째 어린이집 같은 반 엄마들이 모인 카톡방에도 올려보았다. “혹시 누리과정 지원 중단에 대해서 방송 인터뷰 하실 생각 없으신지요?” 엄마들도 당사자인지라 관심이 많다. 맞벌이 엄마들 몇 명은 중요한 일인데 시간이 안 되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잘 대응해 달라면서 격려도 해 주었다. 결국 인터뷰는 나의 몫이 되었지만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을 어린이집 엄마들에게 먼저 얘기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의 아니게 직업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누리과정 파행이라는 공동의 문제점을 함께 맞이하다 보니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연대가 이루어진다.

부모 모두 엄청 바쁜 맞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친정부모님 그리고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을 빌리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큰 복은 ‘친정엄마복’ 또는 ‘시어머니복’ 그것도 아니면 ‘아주머니복’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닥치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구립어린이집도 당첨되고 좋은 아주머니를 만나 도움도 받아가며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고 아이들 키우는 것이 전쟁인 우리나라에서 남들에게 ‘아이는 축복’이라든지 ‘둘째가 더 예뻐’ 같은 말은 못하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하는데,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적 문제라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상황을 만들려는 국가적 노력은 너무 안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을 지금껏 거의 오롯이 개인책임으로만 돌리다가,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지원되기 시작한 무상보육이 가정 경제에 조금 보탬이 되긴 했는데, 그마저도 예산삭감에 책임 떠넘기기로 매년 중단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0~5세 국가책임보육”은 예산조차 확보 안 되는 헛된 약속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이런 황당한 상황을 함께 경험하며 많은 엄마아빠들 사이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은 작은 성과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과연 정부가 누리과정 중단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무상보육 중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엄마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가정이나 아이들에 들어가는 돈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사회도 아이들을 위해 쓰는 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사회에서 미래를 꿈꿀 수는 없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ㆍ변호사

새 칼럼 ‘육아 분투기’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새 칼럼 ‘육아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참여연대 복지조세 팀장으로 활동하는 워킹맘 김남희 변호사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라는 책도 저술한 ‘육아 아빠’ 권영민씨 ▦방송국 편성PD를 그만두고 문학번역가를 꿈꾸는 전업주부 이정미씨 등 3명이 돌아가며 집필하게 됩니다. 30대 엄마 아빠의 고민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아이 한 명이 자라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