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여성의 홍콩 여행에
일부 남성 “개념 없다” 비난하자
여성혐오에 일침 가하자며 탄생
소라넷 폐지 등 순기능도 있지만
게시글 대부분이 남성 비하 표현
“외국놈이 한국녀 손댄 것 싫어서…”
이번엔 과거 위안부 관련 글 논란
온라인 상에서 또다시 시끌시끌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최근 온라인 상에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갈리아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여성학 관련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로 지난해 8월 탄생한 여성전용 커뮤니티다. 당시 메르스 감염 의심을 받던 한 여성이 격리치료를 거부하고 홍콩 여행을 떠나자 일부 남성들이 ‘여자들은 개념이 없다’는 식으로 여성 일반을 비난한 것이 커뮤니티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이들은 남성의 여성비하 언행을 거울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 일명 ‘미러링’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혐오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소라넷 사이트 폐지 운동을 벌여 9만3,000여명의 온라인 서명을 이끌어내는 등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메갈리아에 게시되는 글의 표현 수위가 정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그릇된 인식을 풍자하거나 비꼬는 수준을 넘어 남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남발해 혐오문화를 조장하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메갈리아 게시판에 올라온 ‘너네 한남충(한국남성 비하 용어)들이 왜 위안부 문제에 열 내는 줄 아냐?’는 제목의 글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글에는 “지들이 막 대하고 때리고 강간해야 하는 전용 샌드백인 한국녀를 외국놈이 손댄 것이 싫어서임” 등의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글은 ‘추천’ 345개, ‘비추천’ 0개일 정도로 호응이 높았고, 동조 댓글도 40여개나 달렸다. 이 글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다시 주목 받으면서 최근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재업로드 되고 있다. 해당 게시판에는 “같은 여성한테 어떻게 저런 말을… ‘메갈’은 한국인도 아닌가?” “역사적 아픔까지 패악질 논리에 이용하고 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메갈리아에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한국 남자가 대신 죽었어야 했다”거나 이태원 살인사건이 재조명되자 “패터슨 고마워요. 김치남 미국남한테 맞아 죽은 것 통쾌하다” 등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극우보수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흔히 사용하는 ‘김치녀’ ‘된장녀’같은 비하용어를 ‘씹치남’ ‘된장남’으로 치환해 사용하는 등 메갈리아가 ‘여성판 일베’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메갈리아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해 10월 ‘메갈리안’이 됐다는 김모(34)씨는 “KTX 해고 승무원들을 후원하고 불법 몰래카메라 근절 캠페인 스티커를 배포하는 등 행동하는 여성들이 모인 곳”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또 다른 회원 박모(24)씨는 “그들이 말하는 ‘사이다’(통쾌한 일침을 날렸다는 의미) 게시글은 사회윤리와 동떨어져 있는 저속한 표현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까지 보호받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러링’은 여성혐오 문화에 반발해 나온 것으로 그 자체로 한국사회 성담론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면서도 “여성혐오 문화를 비판하는 것과 남성을 혐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공론장에서의 성숙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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