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페. 뉴시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ㆍ청양군체육회)의 특별 귀화 여부가 7일 결정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요청한 에루페의 특별 귀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제도가 정착하면서 스포츠 선수의 귀화 절차는 간단해졌다. 일반 귀화자와 달리 거주 기한이나 한국어 구사능력 등에서 한결 자유롭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단체나 기관이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대한체육회가 다시 법무부에 추천해 국적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에루페의 귀화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육상계의 갑론을박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단순 귀화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냐다. 육상경기연맹은 “한국 마라톤은 2011년 이후 2시간10분 내로 진입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침체한 상황이다”라며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인들은 “에루페가 올림픽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에루페는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우승 이후 국내 5개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독식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경주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7분1초로 우승해 기록만 보면 이미 한국최고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저변이 취약한 국내 기록과 비교가 과연 의미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에루페는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만 우승한 ‘안방 챔피언’이라는 꼬리표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에루페의 귀화가 승인된다 하더라도 당장 올해 리우올림픽 대표가 될 수도 없다. 에루페는 2012년 말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자격정지 2년 징계를 받아 2015년 1월에야 복귀했다. ‘징계 해지 뒤 3년이 지나야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육상연맹 관계자는 “에루페의 귀화 추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마라톤에 경쟁 구도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며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대다수 육상인들은 에루페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순간, 한국마라톤은 동기부여의 의지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종목의 특성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문태종, 문태영(이상 남자 농구), 김한별(여자 농구), 공상정(쇼트트랙), 브록 라던스키,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박은정(이상 아이스하키) 등 9명이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지만 공상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체 구기종목 출신이다. 공상정의 경우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해 귀화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쇼트트랙은 명실 공히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종목이다.

단체 종목에서 일부 선수의 귀화는 우리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육상처럼 개인 종목에서의 귀화는 말 그대로 ‘용병’일 뿐이다. 또 에루페의 기량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해외 무대에서 뛴 기록도 살펴봐야 한다. 에루페가 보스턴, 런던, 베를린마라톤 등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