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무산
“상대 부처가 교육공무원 인정해야”
교육부와 인사처, 서로 책임 떠넘기다
반년 지나서 ‘현행법상 불가’ 결론
대법서 인정하더라도 기대 어려워
작년 7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씨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 여부에 대해 정부가‘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해 7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기간제 교사의 순직은 반드시 관철됐으면 한다”고 밝혔지만 실무 부처들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 결국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기간제 교사가 ‘순직’인정이 가능한 교육 공무원인지 판단하는 기간제 교사 상여금 지급 소송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남아 있지만, 대법원이 기간제 교사를 교육 공무원으로 판단하더라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감안하면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4일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모두 세월호 희생자인 기간제교사 고 김초원, 고 이지혜 교사의 순직공무원 인정이 현행법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양 부처는 반년 동안 논의를 했다지만 “상대 부처가 순직인정을 결정해야 한다”며 판단을 미뤘다.

공무원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혁신처는 “교육부가 먼저 기간제 교원의 법적 지위가 정규 교원과 동일하다고 규정해 줘야 순직인정 및 연금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석희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장은 “기간제 교원과 정규 교원은 임용기간과 임용권자, 법적 책임이 다 다르다”면서 “무조건 순직을 인정할 경우 정규교원의 반발 등 혼란이 크다”고 ‘순직인정 불가’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들이 교육공무원 수당규정의 적용을 요구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성과급 지급소송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승소할 때까지 정규교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2심은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판단한 상태다. 김태현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장은 “정부는 기간제 교원이 공무원이 아니라고 수십 년 동안 봐 왔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달라고 대법원에 몇 차례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께 이뤄질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정부 기관들의 ‘나 몰라라’식 행태를 감안하면 대법원이 기간제 교원과 정규 교원의 지위가 같다고 판단하더라도 정부가 순직 인정을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 두 순직 교사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아닌 국민연금과 산재보험 가입자이고, 그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게 돼 있다. 정부는 이런 법적ㆍ행정적 문제를 제기하며 차일피일 미룰 수도 있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들의 보상체계를 교육 공무원과 동일하게 맞추면 정규 교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유가족들은 정부에 보상 없이 순직인정 만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불가’ 통보를 했다. 황우여 장관도 지난 달 23일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정부가)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답답하면 대법원에 가서 조속히 판결을 내달라고 이야기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4)씨는 “(그 발언을 듣고)더 이상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참담한 기분이었다”며 “그래도 장관이 국회로 돌아가기 전에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