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인들은 저마다 나무-론(論)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큼 나무에 대해 시를 많이 쓰고 또 나무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 시인에게 나무는 몸을 기대고 숨길 수 있는 곳이군요. 세상을 헤매느라 지친 한 사람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나무에 등을 기대어 봅니다. 나무는 푸르고 긴 가지들을 늘어뜨려 그의 쓸쓸하고 피로한 얼굴을 가려주겠지요.

나뭇잎들로 얼굴을 가리고 싶은 이가 한 사람뿐만은 아닌가 봅니다. 루마니아 시인 마린 소레스쿠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쓰려고 할 것이다./ 그의 단단한 마스크를/ 나 자신도 푸른 나무처럼 변하여/ 단순히 나타나고 싶다.”

그런데 나무에 기댄 저 사람은 무엇이 슬픈 걸까요? 나뭇잎들 하나하나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결국 혼자인 지금 이 순간일까요? 누군가 그에게 기댈 수 있었다면 그도 기댈 이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요. 이 사람은 자신이 누구에게도 나무가 되어주지 못했을까봐 자책하면서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로버트 블라이의 담담한 위로를 전합니다. “우리는 결국 전체로 남아 있지 못했다./ 우리는 나무들처럼 잎들을 잃어버렸다./ 부러진 나무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거대한 뿌리에서 올라오며.”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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