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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체중감량의 끝을 보여주리

입력
2016.01.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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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비대해지는 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새해 첫날 거실 의자를 빼고 롤러를 설치했다.
날로 비대해지는 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새해 첫날 거실 의자를 빼고 롤러를 설치했다.

몸무게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생활이 고통스러워진다. 바지를 입은 채 양말 신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좌식 음식점에서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음식을 집기 힘들다. 허리 단추가 잠기지 않는 바지가 늘고 있다. 입지 못한 지 오래인 ‘슬림핏’상의엔 묵은 옷장 냄새가 진하게 배었다. 배 둘레에 맞는 상의를 고르다 보면 팔 소매는 접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요즘처럼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하는 날에는 여기저기 민폐를 끼친다. 지하철, 버스에서 옆자리를 침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리가 여유 있어도 서서 가는 것이 편하다. 복잡한 상점에서는 진열된 물건을 건드려 떨어트리기 일쑤다.

지난해도 체중감량을 다짐하면서 한 달에 1,000km를 달리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지난해도 체중감량을 다짐하면서 한 달에 1,000km를 달리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이런 상황이니 새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체중감량으로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가 아니라 과제다. 적정 몸무게를 한참이나 초과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사실 지난해에도 살을 빼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다. 연초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계획을 수립해 실천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하나 확실한 것은 새해가 시작된 지 세 달이나 지난 3월 31일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SNS를 통해 “일주일 3회 이상 한 달 1,000km 목표”라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공언했었다는 것이다. 따져봤더니 지난해 탄 거리를 전부 합쳐도 1,000km에 미치지 못했다.

창고 안 롤러는 3년 전에 구입했지만 정확히 2번 탔다(왼쪽). 자전거는 2개월이 넘게 현관에서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창고 안 롤러는 3년 전에 구입했지만 정확히 2번 탔다(왼쪽). 자전거는 2개월이 넘게 현관에서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뼈저린 반성을 하며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에 다섯 시간 자전거 타기. 일주일 5시간 한 달 25시간 한 해 300시간(이렇게 보니 실로 엄청난 계획이다). 2월까지는 주로 롤러를 이용할 계획이다. 집에서는 주로 고정롤러를 이용하고 ‘로라방’(관련기사 바로가기 : 추워지는 날씨.. 자전거족의 피난처를 찾다)에 찾아 평롤러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평롤러를 타면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거나 균형감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도 된다고 하니 일석이조. 겨울이란 핑계는 이제 그만 대자.

3월부턴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자전거가 생활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수록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권리는 높아질 것이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누가 자전거 민폐족을 만드나). 많이 타는 방법은 역시 출퇴근에 이용하는 것이다.

자전거 위에 있을 때 어플을 이용해 시간과 거리를 항상 기록하고 일지를 작성해 주 단위로 시행 여부를 점검하고 성과를 분석한다. 기록하며 계속 들여다 봐야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의지를 다지기 위해 목표치에 도달했을 경우 분기별로 자전거 부품 업그레이드 등의 포상을 한다. 동기유발엔 역시 물질적 보상이 제일이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온몸의 살들이 요동쳤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온몸의 살들이 요동쳤다.

이런 계획을 충실히 시행하면 2016년 중점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심차게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3년 전 구입해 정확히 두 번 타고 창고에 처박아뒀던 롤러를 꺼냈다. 현관에 방치된 채 통행을 방해했던 자전거도 제 자리를 찾았다. 거의 두 달만에 자전거에 올랐다. 페달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움직일 때마다 뱃살이 출렁였다. 굴린 지 5분도 안돼 숨이 가빴다. 상의는 금세 젖었다. 30분이나 지났을까 한계가 찾아왔다. 내렸다. 이쯤 하자. 괜찮다. 이따 또 타면 된다. 안되면 내일 타도 된다. 아직 2016년 이틀도 안 지났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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