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청산별곡]14. 양궁 대표팀 산악훈련 동행 취재

20여 년간 양궁 대표팀에 내려온 전통이 있다. 바로 신년맞이 산악극기훈련. 이 전통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2016년 1월1일, 궁사들의 산악훈련을 동행 취재했다.

양궁 대표팀은 매년 다른 산을 오르지만 이날 오른 함백산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함백산은 강원 태백과 정선 경계에 있는 해발 1,572m의 고봉으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다. 함백산 해발 1,330m되는 지점에는 국가대표 훈련시설인 태백선수촌이 자리잡고 있다.

함백산에서 내려다본 태백선수촌. 태릉, 진천선수촌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지만 고지대 훈련이 가능한 곳이다.

산행은 동이 트기 전인 오전6시40분에 시작됐다. “체육관 천장이 뚫리도록 파이팅 3번 외치자!”라는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의 구령과 함께 본격적인 산악훈련이 시작됐다. 바로 전날에는 태백산을 완주한 궁사들은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 공기를 헤쳐나갔다. 이틀 연속 강행군이지만 모두들 움직임이 날쌔다. 오히려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해가 떠오를까 싶어, 연신 서두르는 모습이다.

산악훈련 출발 전 태백선수촌 체육관에 집합해 새해 인사를 나누는 궁사들.

산악훈련은 태릉선수촌에서도 빠지지 않는 필수코스다. 매주 토요일에는 모든 선수들이 반드시 선수촌부터 불암산 헬기장까지 30분만에 ‘뛰어서’ 올라가는 극기 훈련을 한다. 양궁은 집중력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여느 종목 못지 않게 웨이트 훈련이나 기초체력 훈련을 꼼꼼히 하는 종목이라는게 선수들의 전언이다.

이날 산악훈련에 참가한 24명의 리커브, 컴파운드 대표 선수들은 소위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선발전을 치러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인 리커브의 경우 남녀 각각 8명이 뽑혔는데, 이들은 다시 2015년 국가대표 8명과 실력을 겨뤄야 한다. 16명 중 최종 8명이 뽑히고 나면 다시 올림픽 등 메인 대회에 출전할 3명의 옥석을 가려내는 평가전이 열린다. 말 그대로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다. 산악훈련은 경쟁을 견뎌낼 체력과 정신력을 닦아주는 기본 훈련인 셈이다.

겨울 산행에 아이젠 착용은 필수.

산악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팀워크를 다지는 것 역시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의 복안이다. 양궁은 개인 기록 종목인데다가, 훈련 기간에도 ‘누가 몇 점을 쐈다’라는 소식도 금세 퍼질 정도로 예민한 경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 식구가 모두 동참하는 산악훈련에서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된다. 등산화에 아이젠을 낀 40여명의 발걸음 소리도 자못 결연하다.

여자팀 맏언니이자‘엄마 궁사’인 박미경(34ㆍ대전시체육회)은 연신 후배들의 안전을 신경 쓰며 길잡이 역할을 했다. 네살배기 딸아이를 놓고와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박미경은 “여태 한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이번에 젊은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양궁 대표팀 선수단이 함백산을 찾은 수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다.

기자의 펜 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대표팀에게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일이다. 올해는 올림픽의 해인만큼 모두의 소원은 똑같다. 말갛게 솟아오른 태양처럼 마음 속에 노란 금메달을 떠올려본다. 기보배(27ㆍ광주광역시청)는 “런던올림픽에 이어 리우에서 올림픽 2연패를 하고 싶다. 쉽진 않겠지만 한국 양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갓 스무살이 된 막내궁사 이우석(코오롱)도 “지난해 평가전에서 5등을 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놓쳤다. 올해는 꼭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고 다짐했다.

정상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전종목 석권을 기원하는 선수단.
기보배! 화이팅!

산악훈련이 끝나고 난 뒤에는 뜨끈한 떡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팀은 20일 브라질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때문에 따로 설을 쇨 기회가 없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떡국인 셈. 떡국을 먹고 나면 곧바로 태릉행이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궁사들은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태백선수촌표 떡국.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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