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힘든 게 있고 그런 면에서 이런 어려운 문제가 타결됐을 때는 제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현실적 제약, 다른 측면에서의 제약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제약을 감안해서 보지 않으면 이것(이번 합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 후 논란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난제를 풀었다는 사실 자체를 주목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연내 타결을 서두르다 사전 여론 정지작업을 소홀히 했던 부분, 타협을 위해 ‘최종적ㆍ불가역적’ 같은 민감한 표현을 양보했던 점, 일본의 언론 왜곡에 소극적인 대응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 여론 수렴 부족 지적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취임 이래 첫 한일 정상회담 후 ‘연내’를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시한으로 언급했다. 이후 28일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청와대, 외교부는 일본 측과는 여러 채널로 협의를 이어가면서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나 관련 단체와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 졸속 합의 비판을 부른 대목이다. 29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연휴기간 중 협상 진전이 급하게 이뤄지는 바람에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협의 결과를 갖고 위안부 당사자와 단체 등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정부의 ‘선(先) 타결 후(後) 설득’ 방침에는 한일 간 합의가 어떻게 이뤄져도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반대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위안부 합의 반발 여론도 신년 연휴를 지나며 곧 사그라지고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정무적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때처럼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였다 재협상 굴욕을 겪었던 선례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의 선후를 바꾸는 바람에 반발 여론만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침이 너무 확고해 관료들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협상의 핵심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무시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피해자 수용, 국민 납득’을 해결 방안이라고 제시해놓고 이를 무시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그동안 외교부 간부를 중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의견을 많이 청취했다”는 입장이다.

최종적ㆍ불가역적 합의 문구 논란

12ㆍ28 합의 3항을 둘러싼 논란도 정부에게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한일 양국은 일본 정부 예산 투입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한국 입장에서도 합의 후 일본 측의 망언이나 말 바꾸기 등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종적 불가역적’ 등은 필요한 문구였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종적 불가역적’ 조건을 고집했다는 일본 측 보도가 잇따르고, 아베 총리가 12ㆍ28 합의로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남기면서 일본 측에 유리한 문구로 해석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합의의 전제 조건인 일본 정부 예산 투입만 명시돼 있어 향후 일본 측의 위안부 관련 말 뒤집기를 제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일본 측이 사죄와 반성, 책임 통감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합의 위반”이라고 반박만 하고 있다.

일본 측의 합의 왜곡 언론 플레이에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12ㆍ28 합의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이 합의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한 발언이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법적 책임 등과 관련된 일본 측 보도가 잇따랐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 반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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