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 해결' 조항 놓고 "불법, 부도덕한 조항" 지적

위안부 문제 합의로 소녀상 이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30일 대전 서구 평화의 소녀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 28일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관련 양국 외무장관 공동발표문에서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하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비판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항을 놓고 피해 할머니들의 사전동의 없이는 유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해외 주요 언론의 논평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해결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향후 위안부 할머니들의 법적 배상 요구 권리가 박탈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국 정부 합의했다고 해서 피해 당사자에게 ‘입막음’을 강요하는 게 부당하다는 말이다. 외신들은 이처럼 민간이 배제된 부실한 합의가 일본보다 한국 정부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내놓는다.

노아 펠드먼 미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사죄’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군의 범죄는 자동차 사고와 완전히 다르다”라며 “돈을 주고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침묵을 약속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펠드먼 교수는 이어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가해자인 일본 측에 해주는 조건으로 할머니들이 어떤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합의를 해준 것은 분명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로 느껴진다”라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권리마저 합의에 종속된다는 점도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반인권적 범죄는 역사 속에서 계속 기억돼야 할 문제지, 금전적 보상을 대가로 침묵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위안부 관련 비정부기구(NGO)인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관계자도 “한일 정부간 합의는 여성 인권과 역사적 책임규명에 있어 일보 후퇴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사전 의견 교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밝혔다. 합의를 하는 과정에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참여시키지 않아 ‘피해자의 권리’가 누락됐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향후 사후대책을 이어가는 데 있어 한국 정부의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한 지적이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미리 위안부 할머니들과 상의하지 않고 합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라며 “한국의 큰 실수이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29일 성명을 통해 “일본이 더 이상 역사 수정을 시도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교육하겠다는 약속이 빠져 있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위안부 문제 합의의 역풍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게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며 부실한 합의 과정을 조목조목 따졌다. 신문은 법적 혹은 도덕적 책임이 흐릿하게 담긴 합의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10억엔(830만 달러)의 기금이 46명의 생존 위안부 할머니 1인 당 18만달러에 불과해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이다”고도 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플레처 외교전문대학원 교수는 NYT에 “미국에서 커피를 쏟아서 데였을 경우 소송을 통해 받게 되는 액수를 생각한다면 일본의 기금 제안 액수가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다”라며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반인륜적 범죄의 희생자들에게 훨씬 많은 배상이 이뤄져야 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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